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백과] '수술 전후 모델'찾기 비상

보통 'before vs after'라고 부른다. 수술 전과 후를 비교해 수술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한 사진을 말한다. 주로 성형외과에서 많이 쓰며 피부과, 치과, 한의원 등에서도 활용된다. 병'의원 홈페이지,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접하는 수술 전후 모델 사진은 성형외과 개원가에서 효과 좋은 홍보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트릭'을 발견할 때도 있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후 사진에서 모델의 각도나 얼굴표정과 화장, 옷의 색상 등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사진 한 장을 확보하기 위해 성형외과 개원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월, 부산지역 성형외과 원장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을 정도로 과대광고 단속이 강화됐고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후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형외과 원장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이름이 알려진 다른 성형외과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데다, 광고에 내세울 만한 외모를 가진 환자를 섭외하거나 사진 공개에 대한 동의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병원 이름과 수술(상품)을 알리는 데 있어서 수술 전후 사진은 필수"라며 "모델 환자를 찾고 그들의 동의를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수술 전후 사진은 대중교통수단이나 병원 홈페이지, 환자 대기공간에 비치된 상담자료집으로도 사용되는 등 활용 범위가 넓다. 환자들은 수술 전후 사진의 노출 빈도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진 공개를 꺼리게 된다. 이런 어려운 현실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성형수술 전후 모델을 구해주는 대행업체들이 생긴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성형외과의 의뢰를 받아, 적합한 모델(환자)을 찾아 계약을 수립한 뒤 성형수술을 진행한다. 성형외과에서는 이들 업체에 수백만원의 비용을 주고 모델에겐 무료 수술을 해 주는 식으로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그 모델이 연예인이라면 금상첨화이다.

아무리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임의로 모델 환자까지 구해서 수술 전후 사진을 내놓는다는 것은 '의료윤리'를 저버리는 일이 아닐까? 수술 전후 사진 공개는 원래 환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것인데 이제는 너무 장삿속으로만 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기회에 '수술 전후 사진'을 활용한 병원마케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수술 전후 사진'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는 예전같지 않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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