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협의 처리'를 요구하는 비둘기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강경론이 만만치 않아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11일 오전 손학규 대표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국회를 직접 방문하더라도 면담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여야 간 사전 협의와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정치 도의도 아니고 여야 간 원만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밀어붙이기의 명분 쌓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사실상 한나라당에 단독처리를 지시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필요하다면 민주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한 미국 하와이 출국에 앞서 국회를 직접 방문, 여야 지도부들을 만나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앞서 여야 의원 8명은 10일 FTA 비준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각 당이 일방적 처리 및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을 것을 공동으로 촉구했다. '의회 민주주의를 살립시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에는 한나라당 주광덕'현기환'황영철'홍정욱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강봉균'김성곤'신낙균 의원이 참여했다. 전남 고흥'보성이 지역구인 박 의원은 농업 피해보전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전제로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 온건파가 마련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절충안이 수용될 경우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준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을 것을,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동참 의원들이 실제로는 더 많이 있지만 명단은 보안사항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강경파가 'ISD를 폐지하지 않으면 비준안 처리에 응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소속 의원 87명의 과반이 넘는 45명이 비둘기파의 ISD 절충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더 이상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11일 "민주당이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ISD 폐기와 함께 선(先) 피해대책이 담긴 '10+2 재재협상'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협상과 대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강경론도 확산되고 있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