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도시문명의 상업·야만성에 '메스'

배종헌전 27일까지

언젠가부터 도시의 밤하늘엔 인공의 별들이 가득하다. 스타벅스의 로고, 갤럭시 핸드폰 속에서 살아숨 쉬는 듯한 은하수, 운동화 전문 로고 컨버스 등이 그것이다.

거리는 어떤가. 야생의 동물들이 사라진 대신, 속도 경주를 하는 말들을 표현한 페라리, 폴로, 버버리의 상징들, 잭니클라우스의 곰, 재규어, 퓨마들이 도시 거리에 가득하다.

도시의 삶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이처럼 야생을 흉내낸 이미지로 가득하다. 작가 배종헌은 도시의 이런 모습을 미술작품으로 표현했다.

27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기억공작소'에서 전시되는 작가의 작품은 흥미롭다.

목재 테이블 위에 동물 모양으로 재단한 나무판 조형들이 즐비하다. 도시를 배경으로 명품 로고들, 독수리, 사자, 뱀, 토끼, 노루 등을 합판으로 만든 뒤 한쪽 끝에 긴 막대 손잡이를 달아두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인형극의 방식으로 별 대신 스타벅스의 별이 뜨고,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폴로의 말로 비유하며 밤이 되면 다시 컨버스의 별이 뜨는 과정을 연출했다.

"나는 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이미지들, 특히 야생의 동물들이 어떻게 인공적으로 건설된 도시 속에서 그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살펴왔다." 작가의 말처럼 야생의 동물들은 우리들에게 이미 각인된 이미지다. 기업의 상징 로고,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상품 문장에 박힌 동물의 형상은 이미 도시민들에게 궁극적 탐욕의 대상이 되었다.

도시는 자연을 흉내내고, 그 속에서 우리의 하루는 시작된다. 그 씁쓸한 사실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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