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등으로 전국이 실질적인 일일생활권이 되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일이 늘고 있다. '원정진료', 이제는 특정 소수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얘기다. '원정진료'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KTX로 인해 서울 가는 환자 증가
지난해 연말 KTX 경부선 전 구간 완전 개통으로 서울-부산 간 이동시간이 단축됐다. 이는 수도권지역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 지역 의료계로서는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 대학병원 의사들은 이 같은 쏠림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역민이 외래진료 후 진료의뢰서를 받아 서울로 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1일 민주당 주승용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출한 의료전달체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KTX 등 이동수단의 발달로 인해 서울로 이동하는 암환자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의 경우 서울로 이동한 암환자 비율이 2002년 27.0%에서 2008년 45.9%로 18.9%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광주지역 내 암환자 비율은 72.7%에서 51.6%로 21.1%p 감소했다. 전남의 경우도 서울로 이동한 암환자 비율이 53.3%에서 67.6%로 14.3%p 늘었다. 대구와 경북의 암환자 서울 이동 비율은 각각 13.1%p(6.8%→19.9%), 12.3%p(29.6%→41.9%) 증가했다.
◆'무조건 서울' 지양해야
타 지역,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치료하러 가는 지역민에게 몇 가지 설명과 당부를 한다. 서울로 치료하러 가는 게 반드시 좋은 결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뿐 아니라 타 지역 원정진료를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우선 대부분 질병은 한 번 치료로 완치되거나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 진찰과 검사,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암의 경우에도 처음 진찰 한 번, 수술 전 검사를 위해 두어 번, 원래 지병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추가 진찰과 정밀 검사를 받으러 두어 번 병원에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입원한 다음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퇴원한 후에는 3~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한다. 행여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를 1년에서 몇 년간 해야 한다.
타 지역, 특히 서울에서 치료할 경우 대부분 불편을 감수하고, 대구와 서울을 오가면서 진료와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수술 후 정기적으로 서울로 가거나 항암치료의 경우처럼 자주 가야 하지만, 피치 못하게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기도 하고, 소홀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서울에서 수술받고 수술 후 치료를 지역병원에서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술은 서울, 사후 치료는 대구?
또한 위암'대장암'췌장암'간암 등 복부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 '장 폐색'이라는 장 막힘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참기 힘든 복통 때문에 한밤중에 지역 병원에 들렀다가 수술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권유를 받게 된다. 그럴 때는 당장 서울로 가지 못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또 서울지역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을 지역 병원 의료진이 진료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 직접 수술한 환자라면 수술한 배 속 상태를 훤히 알고 있고,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갈 방향을 예측하기도 용이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수술한 환자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반면 서울지역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의 복부 상태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고, 수술 전후 상태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또한 자기 상태를 자세히 모르는 의료진에게 몸을 맡기는 게 두려울 터이고, 의료진 또한 의료진을 미더워하지 못하는 환자를 치료하기가 힘든 법이다.
◆중요 치료, 즉시 받으려면?
다시 한 번 대구경북 지역민이 서울로 떠나기 전에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강조해본다. 먼저 자신이 치료받으려는 질병이 반드시 서울지역 병원에 가야 치료가 가능한 병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란 거의 없다. 의료수준도 서울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는 KTX라는 교통수단이 지역민 이동뿐만 아니라 의료기술이나 첨단장비 이동도 쉽게 만들어주었고, 이를 통해 서울과 지역병원 간 의료수준 격차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장기간 꾸준하게 치료해야 하는 질환의 경우 서울로 부지런히 오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본인이 직접 수술받은 병원이지만, 수술 후 쉽게 가지 못해 중요한 치료를 즉시에 받지 못한다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병원을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 질병이 완치돼 더 이상 병원에 갈 일이 없는 질환이라면 서울지역 병원으로 가도 될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자료'도움말:배정민 영남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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