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갓바위 수능 모정 편히 다니세요"…변정섭씨

입시철 5년째 계단 낙엽 청소

바스락 쓱싹 바스락 쓱싹, 수능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9시 듬성듬성 보이는 어둠을 뚫고 비질을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22년째 수성구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변정섭(56'수성구 만촌1동) 씨다. 변 씨는 5년째 입시철이면 갓바위 등산로 계단을 쓸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키보다 훨씬 큰 빗자루에 머리에 쓴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맨몸으로 오르기도 가파른 길에서 낙엽을 쓰느라 여념이 없다.

평소 등산이 취미였던 변 씨는 고된 하루일과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갓바위 등산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등산객과 기도객들이 어둡고 좁은 길에서 낙엽에 발목이 삐거나 미끄러져 다치는 모습을 보고 계단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12시간 미화원 일과로 피곤할 텐데도 건강도 다지고 천직인 비질로도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변 씨가 오랜 세월 동안 청소를 하다 보니 갓바위를 자주 찾는 등산객들도 그를 쉽게 알아본다.

최근에는 변 씨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 지금은 10여 명이 시간이 나는 대로 청소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집 사장, 시계점포 사장, 일용직 환경미화원 등 갓바위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봉사하고 있지만 단체명도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

변 씨는 계단 청소부 활동에서는 제일 연장자로 변 사또로 불린다. 청소에 필요한 빗자루와 부대 물품을 손수 만들어 오는 만능해결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갓바위 계단 청소는 1년에 2, 3회 실시한다. 입시 전후와 혹설과 빙판이 되는 날이면 누가 오라 한 것도 아닌데 약속장소 관암사 앞마당에 모여든다고 한다.

8일에는 4명이 낙엽 쓸기에 동참했다. 관암사에서 갓바위에 이르는 등산코스는 평균 1시간 거리다. 1천430계단에 쌓인 낙엽을 쓸면 정상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린다. 관암사에서 오후 9시 출발해 청소를 마친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이날 함께 계단 쓸기에 참여한 이태원(새댁식육점 대표'신암1동) 씨는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털듯 쓸고 온 계단 길을 걷는 기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며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낙엽 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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