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형과 노력형이 있다면 저는 후자입니다. 시동이 더딘 편이라,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것, 제 습관이 됐죠."
김창범(42) 한국지방세연구원 법제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조세+입법 전문가'다. 세금은 잘 알지만 법률안으로 만들 줄 모르거나, 법령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는 잘하지만 조세에는 까막눈인 사람과 다르다는 말이다. 정부 입법을 총괄하는 법제처 부이사관(3급)인 그가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방세연구원에 파견된 이유다.
"내년에 조세법이 3개로 나뉘어 시행되는데 일부가 자율조례가 됐습니다. 하지만 세법 관련 조례를 만들어보지 않은 지자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죠. 지난 8월부터 '지방세 감면조례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항을 만들어주고 지역 사정에 맞게 뽑아 쓰면 되도록 툴(tool)을 완성했는데 뿌듯한 일이죠."
김 위원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수석 졸업(서울대 우등 졸업)하고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 법제처에서 쭉 일했다. 그러다 1998년 재정경제부 조세법 심사업무를 맡게 되면서 조세법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말인데 알아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조세법을 알기 위해서는 세무회계를 알아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 그는 온라인 강좌를 신청했고,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했다.
그 뒤 '조세법을 알기 쉽게 읽을 수 없을까'가 그의 화두가 됐다. 2007년 호주 시드니의 세계적인 회계법인(Pricewaterhouse Coopers)으로 직무훈련을 떠났다. '호주 조세법제 사례에 기초한 알기 쉬운 조세법령 마련'이 연구과제였다. 공무원이 아닌 국민이 알기 쉽게 세법을 만든 호주는 '회계법인+교수진+산업계'가 무수한 토론을 통해 국민에게 의견을 묻고 답하면서 조세법을 만들었다는 것을 간파했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을 알기 쉽게 쓰도록 용역을 의뢰했는데 그의 공이 컸다. 얼마 안 있으면 국민도 쉽게 조세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은 1999년 신지식공무원으로 법제처장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올해의 창의지식 법제인'에 뽑혔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아세요?" 최근 '아웃라이어' '혼'창'통'이라는 책을 읽고 그는 고무됐다. 한 분야에서 1만 시간 정성을 들인다면 창의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하루 3시간씩 10년이다. "제가 법제 분야에 몸담은 지 19년이 조금 지났는데 이제야 아이디어들이 막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법칙보다 10년 늦지만 저는 노력형이니 이제부터 제 창의력을 발휘해 보렵니다."
상주 출신으로 대구 대륜중, 덕원고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전과목 'A+'이다. 박사과정도 신청했다. "공부가 재밌나요?"라고 물었더니 "힘든데 재밌어요. 말이 되나요?"라며 웃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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