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강경파 의원들 중심으로 결사저지 입장을 밝혀 비준안의 합의처리는 사실상 불가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조속한 처리를 당론으로 의결한 만큼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민주당이 쇄국주의에 빠져 개방을 거부하고 안으로 안으로 위축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엄정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7시간이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여당 단독으로라도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의총에서는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최근 입당한 정수성 의원(경주)까지 포함해 소속 의원 169명 가운데 148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언자 66명 중 56명이 단독처리 입장을 밝혔다. 협상파도 "뜸을 좀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표결 처리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택의 시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적 갈등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폭력으로 저지하겠다는 그런 위협도 이제는 돌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비준안 처리 시점은 본회의가 예정된 24일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에 예산안과 비준안을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직권상정에 따른 역풍을 한 번으로 줄이자는 논리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결사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정부는 국회에 비준을 요구하기 전에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동영 최고위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강경파 의원 46명은 '선(先)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 재협상 후(後) 비준' 입장을 밝힌 서명서를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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