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이 FTA 비준동의안과 관련 여야 원내대표와 만난 뒤 "국회가 20년 넘게 변한 게 없다"고 토로했다. "환멸만 느낀다"는 말도 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회의 고질적이고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이자 질책이다. 국회의장의 토로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우리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 국익에 앞서 당리당략을 먼저 따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나 이해 없이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여차하면 폭력도 불사하는 국회를 비난하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인천시장은 "한미 FTA는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FTA를 안 하려고 핑계를 찾거나 다른 조건을 거는 방식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책임 있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그는 한미 FTA 협의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가 협의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지 못하면 여당의 무능력과 야당의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도 "자기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민주당의 반대 논리를 비판했다. 안 지사는 "FTA는 개방과 통상 정책일 뿐 선악의 논쟁거리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들 외에도 야당 내에는 FTA를 여당과 협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들이 적잖다. 반대를 하더라도 표결로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이런 노력들은 정치논리에 묻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협의하고 토론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정책의 잘잘못을 꼼꼼히 따지되 억지와 폭력은 없애라고 주문한다. 20년 넘게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국회의장의 자조적 발언은 오늘 우리 국회가 되새겨 볼 말이다. 18대 국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들의 요구와 바람을 외면하지 않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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