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KEC 이번엔 '감원 갈등'…사측 "229명 감축 불가피"

노조 "정리해고 용납못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혼선도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호 입주기업인 KEC는 지난해 6월 말부터 노조의 파업으로 1년간 노사분규를 겪었다. KEC 전경. 구미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호 입주기업인 KEC는 지난해 6월 말부터 노조의 파업으로 1년간 노사분규를 겪었다. KEC 전경.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호 입주기업인 KEC가 지난해 6월 하순부터 1년여 동안 노조원들의 공장점거, 노조 간부의 분신 등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KEC 사측은 이달 10일 임'직원들이게 '회사는 특단의 혁신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란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229명의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공문을 노조에 발송하면서 노조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사 대립 새 국면

KEC는 1969년 구미시 공단동 황량한 벌판에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때 가장 먼저 입주를 하면서 구미산단 및 우리나라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KEC 노조가 지난해 6월 21일 타임오프제 시행을 앞두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문제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 측은 같은 달 30일 부분 직장폐쇄를 했다. KEC 노조는 파업 4개월째인 지난해 10월 21일 구미 1공장을 점거하면서 공장 가동이 멈췄다.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 과정에서 10월 30일 노조 간부 김모(46) 씨가 몸에 휘발성 용제를 붓고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첨예하게 맞서던 노'사는 11월 3일 공장 점거 14일 만에 회사는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과 징계 등을 최소화하고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기로 약속하면서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았다.

그러나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복수노조 설립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기 시작했다. KEC 구미사업장 내에 두 개의 노조가 설립되고, 과반수 노동조합 자격을 두고 서로 다투면서 교섭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영위기'냐, '노조 파괴'냐

KEC는 회사 경영분석을 통해 올해는 물론 오는 2013년까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될 것으로 보고 최근 229명의 인원 감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노조원들의 파업과 구미1공장 점거로 4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KEC는 2008년 15억원, 2009년 184억원, 2010년 4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인원 감축 제안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 파괴를 위한 절차라고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누적적자와 시장경쟁력 약화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며 "인원 감축을 하지 않고 매년 200억원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경비절감과 임금삭감, 연월차 휴가 반납 등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EC 노조는 "이번 인원 감축 논란은 노조 파괴를 위한 마무리 절차"라며 "노동자의 생존을 볼모로 하는 정리해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KEC는 현재 82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노조 파업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해 6월 이후 235명의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KEC 이덕영 그룹장은 "회사는 누적적자와 악화되는 시장환경의 변화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들은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이끈 동력이었던 KEC가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옛 영광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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