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디베이트 대회는 타임머신이다

일요일인 이달 13일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전국 디베이트 대회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이 주관한 대회였다. 전국 각지에서 100개 가까운 초'중'고등학생 팀이 참가했고 특히 대구에서도 12개 팀이 참가했다. 대회 결과 대구동평초등학교 팀이 초등부 2위, 덕원중학교 팀이 중등부 4위, 다사고등학교 팀이 고등부 6위를 각각 차지했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이날 대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려 8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참가팀 모두가 4회의 디베이트를 했다. 오전에 두 번, 오후 두 번씩. 오전에 두 번 디베이트를 치르면 2승팀, 1승 1패 팀, 2패팀이 나온다.

오후에는 오전의 성적을 바탕으로 승률이 같은 팀끼리 겨루었다. 2승 팀끼리, 1승 1패 팀끼리, 2패 팀끼리, 기량이 비슷한 팀끼리 파워매치를 했다. 4번의 디베이트를 하는 동안에 참가자에게 승패를 알려주지 않았다. 승패에 관계없이 모든 팀들이 4회전을 치르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4회전이 끝나고 승률로 우승팀을 가리는 동안 대회에 참가한 학생 모두 모여 한판의 잔치를 벌였다. 각종 게임, 노래 부르기, 퀴즈 맞히기 등의 행사를 벌여 기증 받은 상품을 나누어 주었다. 그야말로 대회가 축제의 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디베이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기발한 답을 하는 학생에게 시상품을 걸었다. 그런데 어떤 고등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디베이트는 타임머신입니다. 왜냐하면 아침 일찍 시작해서 4회전까지 치르다 보니 벌써 저녁이 되었습니다."

행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우승팀을 알려 주었다. 우승팀에게는 상패만 주고 별다른 상품을 주지 않았다. 상품은 참가팀 학생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모든 팀에게 노력상을 주었다. 어린 학생들이 하루 종일 4번의 디베이트를 하느라고 고생했다는 의미였다.

우리들이 익숙한 대회는 승자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대체로 소수의 선택된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를 걸고, 대회에 참석하여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를 치른다. 1회전부터 탈락하는 팀이 나온다. 1회전에 탈락한 팀은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이렇게 한 팀씩 가버린다. 대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결승전이나 시상식에 가 보면 썰렁하기까지 하다.

만약에 거제도에서 참가하여 1회전에서 떨어지면 바로 가야 한다. 몇 달을 준비해서 강적을 만나 1회전에서 떨어지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 과연 이런 진행 방식이 교육적일까? 아니면 하루 종일 승패를 떠나 4회전을 모두 치르게 하는 것이 교육적일까? 후자일 것이다. 같은 주제로 찬성과 반대를 바꾸어 가면서 4회전을 치르면 대회 자체가 심화학습이 된다. 1주일에 1번씩 하면 1달 걸리는 것을 하루 만에 하는 효과가 있다. 덤으로 전국에서 온 친구들과 겨루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승자에 주목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 대회라고 하더라도 대상이 학생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진행방식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상도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대회가 학생들에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운 타임머신이 된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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