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에서] 권기철 작 '댄싱힐'

노래하는 색, 춤추는 붓

▲댄싱힐 112x162㎝. 한지 위에 혼합재료 2011
▲댄싱힐 112x162㎝. 한지 위에 혼합재료 2011

새빨갛게 반짝거리는 구두가 맘에 들어서 신어서는 안 될 구두를 본인의 욕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그 속에 자신의 발을 넣어 본인을 사랑해준 사람들을 아프게 한 빨간 구두의 카렌 이야기.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영원히 춤을 추는 마법에 걸려 결국 양쪽 발을 잘리게 된다. 춤추는 구두는 잘린 발을 안고서 구두는 구슬프고 광기 어린 춤을 추며 떠돈다.

댄싱힐이란 명제는 어린시절 잔혹하다 싶은 동화를 기억 어딘가에서부터 꺼내는 그림이다.

하이힐이 높아질수록 구두를 신은 발과 거리가 먼 코는 높아가고 세상은 내 턱밑에서 흐르고 있다고 한다. 하이힐을 신는다는 것은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의 욕망이란다.

이렇듯 구두는 과시욕, 소비욕, 자기만족 등 인간의 욕망을 대변해 주는 아이템이다. 환상을 주고 허상만 남는 힐의 높이는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 지금 현재의 이미지가 허상인지 진실성 있는 본질인지 다시 질문한다.

구두가 홀로 춤을 춘다. 신체는 없어지고 결국엔 색만 남는다. 색면 위에 붓이 춤추고 나면 구두가 홀로 남아있다. 구두가 춤을 추듯 춤추는 붓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작가 권기철의 그림은 색들의 노래이다. 그래서 이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화면은 색 면과 그 위를 흩뿌리는 지나간 선들로 이루어져 리드미컬한 화면을 구성한다. 자유로운 선과 화려한 색은 시각적인 음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유동적인 선들은 작가내면의 울림을 음악적인 역동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춤추는 붓으로 인생을 노래하고 캔버스 위 흩뿌려진 색채들은 우리의 삶 속 얽히고설킨 희로애락의 모든 표정을 담은 것 같다.

전은아<갤러리제이원 큐레이터>

▶26일 갤러리제이원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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