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1+1=100

지난주 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인 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공헌키로 해 세상 사람들에게 '정치'와 '기부'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물론 '정치쇼다', 기부 발표 후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폭등으로 '어느 곳에서는 고통받는 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는 차치하더라도 '기부'에 대한 사회 파급력은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부는 오래전부터 자본주의 사회의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는 사회 환원의 중요한 수단이 돼 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의 국내외 주식 기부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수십 년간 김밥을 팔아 번 돈을 대학에 기부한 김밥 할머니, 15년간 연금 모아 자신이 재직 중인 모교에 2억 원을 기부한 교수, 40년 동안 약 200억 원 상당을 기부한 가수 하춘화 씨, 각종 기부로 이미 천사 반열에 오른 김장훈 씨, 책 판매 수익금을 대학생 장학금으로, 부부 광고 모델료를 아동 교육비 지원금으로, 자녀들의 첫 생일에는 돌잔치 대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수술비를 기부하고, 2011년 11월 11일 11분 11초에 2011만 1111원을 민간 재단에 기부하며 '가지는 것이 행복이 아니기에 기부를 계속한다'는 션-정혜영 씨 부부 등 기부의 모습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기부=금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개인 이익이나 기술 개발에만 사용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로 사회단체 및 공공기관에 기부해 사회에 공헌하는 '재능 기부'가 대세다.

앞에서 언급했던 큰 규모의 기부와는 달리 접근도 쉬울 뿐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기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금전 기부가 일회성이 대부분인 데 비해 이런 재능 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 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부자가 되어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복지 수혜자로만 여겨졌던 장애우들이 공연 등 문화 활동을 통해 복지 제공자 역할을 하며 재능 기부를 하고, 가수 강원래 씨를 중심으로 끼와 재능을 가진 장애우들이 모여 만든 '꿍따리 유랑단'도 지역 주민을 위한 공연을 펼쳤고, 중증장애인 합창단도 공연에서 후원금을 모아 장애 아동의 수술 비용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기업도 재능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또 하나의 동반성장 패러다임으로 여기며 기업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협력업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직 관리 노하우와 혁신 활동을 전파하는 교육 기부, 생산성 향상 컨설팅을 하는 것이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능 기부도 분야에 따라서 분류가 되는데 의료 관련 '슈바이처 프로젝트', 문화 관련 '오드리 헵번 프로젝트', 사회복지 관련 '마더 테레사 프로젝트' 멘토링 관련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 체육'기술 관련 '헤라클레스 프로젝트' 등이 있다.

10년 전, 처음으로 재활원을 방문했을 때, 꼭 일주일 뒤에 다시 오겠다는 마음을 굳게 가졌지만, 그 속에서 했던 다짐이 진심이었지만 일상에 쫓기고 또 다른 핑계를 대면서 그 다짐은 10년 전 찰나의 가벼운 다짐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실, 봉사든 기부든 누군가에게 내 소중한 자산과 시간을 나누어준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 때문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주는 사람 너(1)와 나(1)는 비록 둘일 뿐이지만 받는 사람은 다(100) 얻은 것처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쌀쌀할 때는 국물만 생각하지 말고, 기부를 통해 국물보다 더 뜨겁고 맛있는 진한 감동을 느껴 보자.

덧붙여, 국식(國食) 드시는 분들은 사사로운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들이 살고 싶은 내 나라로, 내 지역으로 여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시면 그 자체가 바로 기부다. 돈 내라는 소리 안 할 테니 제발 가지고 있는 그 재능, 기부 좀 해주시길 바란다.

공태영/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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