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먹을 때마다 늘 궁금한 사실이 있다. 자연산과 양식을 제대로 가려낼 재주가 없다. 대부분 "자연산은 좀 더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따금 맛보는 보통사람들이야 회의 맛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냥 주인의 말을 믿는 게 속 편하다. 자연산 회 마니아에게 희소식이 있다.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욕지도'라는 자연산 회 전문집이 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 월배차량기지사업소 지원팀은 일찌감치 단골이 됐다.
'욕지도'에 예약 전화를 걸면 '푸른 바다 욕지도 입니다'라는 소개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남해의 푸른 바다 모습이 떠오른다. '욕지도'(대표 백운현)는 달서구 유천동 포스코 아파트 맞은편에 있다. 큰길가에 있어 찾기 쉽다. 간판에 '100% 자연산만을 고집합니다'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월배차량기지사업소 조용국 지원팀장은 "정확히 표현하면 자연산 잡어와 신물회 전문집"이라고 소개한다. 요즘 선보이고 있는 잡어는 '베도라치'다. 백 대표는 "경북에서는 '꼬또라지'라고도 하고 전라도에서는 '뽀드락지', 경남에서는 '뻬드라치', 서해 연안에서는 '병아리'라고 부른다"며 "큰 미꾸라지처럼 생겨 예전엔 낚시꾼들에게 걸리면 그냥 버려지기도 하며 천대받던 고기"라고 말한다. 기본 상차림은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맛보기로 나오는 '물회'는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종목이다. 백김치도 적당하게 숙성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베도라치 회는 옥돌판 위에 등장한다. 옥돌을 냉동시켜 차갑게 만든 후 베도라치 회를 잘게 썰어 가지런하게 올렸다. '옥돌+회'는 최고의 맛을 창출한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백 대표의 아이디어다. 베도라치 회는 살강살강씹히는 맛이 특징이다. 탄력 있는 육질과 적당히 씹히는 질감이 조화를 이뤄 씹히는 맛이 환상적이다. 자연산 회 특유의 잡냄새도 전혀 없다. 오돌오돌한 느낌이 입안에 맴돈다. '아~하 이게 자연산 잡어의 특징이구나!' 생각된다. 베도라치는 심심한 쌈장에다 회를 섞어 상추에 싸 먹으면 최고의 맛이다. 백 대표는 "베도라치는 어지간한 경력이 없으면 회 뜨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베도라치에 대한 맛 평가를 들어봤다.
차량기지사업소 김대근 차장은 "처음엔 무슨 생선인지 잘 모르고 먹었다"며 "일단 먹어보면 그 진미를 알게 된다"고 말한다. 박태오 주임은 "회 맛도 좋지만, 욕지도의 특징은 잡어로 끓인 매운탕 맛"이라고 말한다. 백승국 주임과 조향진 주임은 "베도라치 회를 즐기면서 부드럽고 고소한 잡어튀김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다. 김경미 주임은 물회 마니아다. "시원하고 약간 칼칼한 맛이라 겨울에 먹어도 정말 좋다"고 말한다.
욕지도 백 대표는 음식 연구가다. 가정에서도 만능 맛국물로 사용할 수 있는 육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산뜻한 얼큰이 육수'란 뜻의 첫 자를 따서 '산'얼'육'이라고 이름 지었다.
백 대표는 "물회 맛국물은 물론 냉국수, 묵채, 야채 냉국용, 심지어 라면 끓일 때도 최고의 맛을 내는 만능육수"라며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면 된다"고 소개한다. 지난달 대구유통단지에서 열린 음식박람회에서도 선보여 나흘 동안 3천500여 개나 팔렸다. 백 대표는 "최근 미국에도 샘플을 보냈다"며 "곧 수출길도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베도라치 회를 다 먹을 때쯤 매운탕이 나온다. 역시 잡어인 '성대' 매운탕이다. 백 대표가 만든 맛국물을 넣어서 끓였다. 시원한 맛이 입맛을 끈다. 자연산 베도라치 회에다 성대 매운탕까지. 일목요연하게 자연산 잡어 잔치를 한 오늘은 입이 횡재한 느낌이다.
자연산 회와 세꼬시는 각 6만원(소), 8만원(중), 10만원(대)이며, 모둠 회는 4만~7만5천원까지 다양하다. 물회는 1만원, 물회 세꼬시와 자연산 물회는 각 1만3천원, 해삼 물회와 모둠 물회는 각 1만5천원, 전복 물회는 1만8천원이다. 매주 월요일 점심 특선을 실시, 소고기 국밥은 3천원, 물회는 5천원으로 50% 할인한다. 예약은 필수다. 053)644-8500.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추천 메뉴-자연산 잡어튀김
"우리 집 잡어 튀김은 일반 튀김과는 맛이 다릅니다."
회로도 맛보기 어려운 자연산 잡어인 '성대' 튀김이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새우튀김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느낌이 다르다.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욕지도 김종숙 대표는 "성대는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요즘이 제철로 살이 야물어지는 등 맛이 좋다"고 말한다. 한 번 맛보면, 독특한 맛에 이끌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그 느낌을 더 맛보고 싶어진다.
이홍섭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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