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도끼를 든 금주 운동가 캐리 네이션

1890년 어느날 미국 캔사스 주의 술집에 검은 옷차림의 한 여성이 들이닥친다. 키 180㎝, 몸무게 80㎏인 거구의 이 여성은 한 손에 도끼를, 다른 한 손에 성경을 들고 있었다. '예수의 불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녀는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른 뒤 도끼로 술집 기물을 때려부쉈다.

캐리 네이션(Carrie Nation'1846~1911)은 미국 금주 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도끼를 휘둘러 술집 기물을 파손한 죄로 여러 번 구금당했지만 순회 강연과 손도끼 기념품 판매 대금으로 벌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반향을 얻었다. 1920년 미국 33개 주에서 금주법이 시행된 데에는 그녀의 극단적인 금주 운동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네이션이 과격한 금주 운동의 이면에서는 불행한 가정사를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인 첫 남편(내과의사)과 몇 달 만에 헤어졌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번째 남편(법률가이자 목사)으로부터 이혼당했다. 방법은 극단적이었지만 네이션은 여성 참정권자로 평가된다. 그녀는 담배, 외국산 식품, 코르셋, 너무 짧은 치마에 대해서도 반대 활동을 폈다. 1846년 오늘 태어났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