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수사를 못하게 해라!"
경찰의 수사독립성을 더 축소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전국 경찰이 조직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대구경북 경찰도 220여 명이 수사경과(警科)를 반납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과란 군(軍)으로 치면 병과(兵科)에 해당하며 수사경과는 범죄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관의 직무 분류다. 수사경과를 반납한다는 것은 검찰의 지휘를 받는 수사활동을 포기하는 대신 교통'경무'생활안전'정보 등 일반 경과로 변경하겠다는 의미다.
25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수사부서에서 근무 중인 780명의 수사경과 경찰 중 150명이 수사경과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경찰청 소속 수사경과 경찰도 전체 1천33명 중 75명이 수사경과를 반납했다.
전국적으로는 수사경과 경찰관 2만2천여 명 중 12% 이상인 2천700여 명이 수사경과 해제 희망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경과 반납 사태가 갈수록 늘어 25일까지 전국적으로 5천여 명 안팎의 경찰관이 수사경과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국의 경찰들은 25일 오후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충북 청원에 집결해 수갑을 집단적으로 반납하기로 했다. 또 26일 오전까지 충북 청원군 한 공원에서 '총리실 조정안의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안'을 주제로 경찰 철야 토론회를 열고 총리실이 강제조정한 입법예고 안을 성토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인 대구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경찰의 독자적인 활동 범위를 축소한 검'경 수사권 강제 조정안은 개악(改惡)이다. 수갑을 모아 총리실과 법무부에 반납하는 상징적인 방법으로 수사 경찰이 이번 강제 조정안에 얼마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간부급 한 경찰은 "이번 경찰들의 집단 수사경과 반납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자꾸 정치적으로만 다루는 것에 대해 경찰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경찰관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정권 말기에 검찰에 칼날을 들이대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MB 정부는 문제가 많다"고 성토했다.
이와 별도로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수뇌부 등 간부급이 직을 걸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경북의 한 경찰은 "치안감 이상 경찰 간부가 총사퇴를 해서라도 국무총리실의 강제 조정안을 막고 경찰의 분노를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박종준 차장은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입법예고 기간에 당정이나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만 이런 절차가 잘 안 되면 국회 논의를 통해 형소법을 개정하는 등 선진화된 형사사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기관 중 하나인 경찰청이 국무총리실이 강제조정을 통해 마련한 시행령에 기관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실패한다면 상위 법령인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경찰 수뇌부 입장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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