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자 고속도로 위해 국민 주머니 터는 국토부

국토해양부가 오는 28일부터 전국 9개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100~400원 올리기로 했다. 올해 요금 조정을 안 하면 정부가 지급해야 할 민자 법인에 대한 손실 보전액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기 때문이란다. 민자 고속도로 통행 수요 예측 실패의 책임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겠다는 얘기다. 국민은 민자 법인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전금과 통행료 인상이란 이중고를 안게 되는 셈이다.

민자 법인의 손실을 국민 혈세로 물어주는 것은 정책 실패의 전형적인 예다. 정부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적정 수입을 보장해 줬다. 이에 따라 매년 물가 상승분 이내에서 통행 요금을 인상하고 통행량이 예측치에 미달하면 정부가 운영 수입을 보전해 준다. 이렇게 해서 정부가 민자 법인에 물어준 돈은 운영 수입 보전액만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민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자기 책임 하의 투자라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마저 포기한 것이다.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 주는 이상 민자 법인은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다. 세상에 이보다 쉬운 장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통행 수요가 매번 예측치에 못 미치는 현상도 희한하다. 예측치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2009년까지 9개 민자 고속도로의 평균 교통량은 예측치의 57%에 불과했다. 결국 엉터리 수요 예측과 비싼 통행료로 이익은 민자 사업자가 챙기고 손해는 국민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계약을 그렇게 체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무책임의 극치다. 개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민자 법인과 도로공사가 별도로 운영하는 톨게이트만 통합해도 운영 비용을 30년에 걸쳐 5조 원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찾아보면 개선 대책은 나온다. 국토부는 언제까지 민자 법인을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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