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 육아용품 사는 아빠"
# 24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칠성고등학교. 2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서 메이크업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사가 "아이라인과 눈썹은 자연스럽게 그리세요"라며 모델을 지원한 학생에게 메이크업을 시연해보였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모두 '남학생'들이었다. 강좌에 참석한 서보인(18) 군은 "중학교 때부터 비비크림을 바르거나 눈썹을 다듬는 등 기본적인 화장을 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마스크 팩도 빼먹지 않는다"며 "오늘도 화장품에 관한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했다.
# 28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한 백화점. 주부들과 아이들이 가득한 육아용품 매장에 남성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한 유아복 매장에서 겨울 내의를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두 벌을 골라 계산하고 매장을 나섰다. 30대 직장인이라는 이 남성은 "돌이 갓 지난 딸 아이 겨울 내의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며 "요즘에는 육아용품 매장에 아빠들이 있는 게 별로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맨슈머'(Mansumer)의 소비력이 화장품과 육아용품 시장까지 뻗치고 있다. 맨슈머는 Man(남성)과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소비력이 왕성해진 남성을 뜻한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7%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9천억원 규모에 달했고, 육아용품 매장에서도 남성 구매고객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그루밍족'들이 늘면서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2008년 5천억원이었던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천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9천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성화장품도 여성화장품 못지않게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스킨'로션만 바르면 기초화장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남성들이 이제는 에센스를 챙기고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는 것뿐 아니라 눈썹을 다듬고 비비크림으로 잡티를 감추는 등 여러 단계의 화장을 거치면서 남성전용 화장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화장품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세대도 초월하고 있다. 영업을 하거나 사람 만나는 일이 많은 중년남성들은 좋은 인상을 위해 비비크림을 바르고 군인들은 살갗이 타지 않게 선크림을 챙겨바른다. 화장품을 제대로 알고자 강좌를 듣는 남성들도 많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진행하는 메이크업 클래스는 최근 들어 세일즈맨, 남학교뿐 아니라 군대에서까지 강좌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육아용품 시장에서 남성들의 소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1월에서 10월 사이 육아용품 구매고객 중 남성고객의 비율은 24.4%로 2008년 19.7%에 비해 4.7%가량 증가했다. 2008년보다 남성 구매객 수는 2만 명, 구매금액은 150억원가량이 늘어났다.
남성고객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30대로 전체구매 고객 중 56.7%였고, 40대가 27.8%, 50대 6.1%, 60대 4.4% 순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0대 남성들이 주로 육아용품 구매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이들은 육아용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 등에서도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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