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돈줄은 서울로만 몰리고 있다.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을 뿐 아니라 IMF 이후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의 유통과 건설 부문까지 장악하면서 자금의 서울 집중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공적인 기능을 가진 공공자금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 민간기업들이 지역 기여 차원에서 지방은행 이용도를 높이고 있지만 공공자금은 여전히 서울에 본사를 둔 은행 금고로 향하는 탓이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에서는 지역에서 번 돈, 지역에서 낸 돈이 지역민에게 선순환되는 구조가 또 다른 '지역 살리기'로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빠져나가는 지역 뭉칫돈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중앙정부 주도로 대구경북에서 빠져나가는 4대 사회보험 징수액은 연간 8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대구시 연간 예산이 5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등은 급여에서 자동으로 세금이 나가듯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보험 징수액은 메이저은행들의 잔칫상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본부는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을 거래은행으로 두고 있다. 4대 사회보험의 역외유출 규모를 두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지역금고가 지역금융의 토대다. 일본의 경우 106개의 지방은행이 지역 금융시장의 절반 안팎을 장악하면서 지방 경제의 버팀목을 하고 있다. 일본의 2007년 기준 지방은행 공공금고 비중은 60%에 달한다. 시(市), 정(町), 촌(村) 등 2천935개 금고에서 지방은행이 1천775개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법원금고, 지자체금고 등 지역의 공공자금을 지역은행에 예치할 경우 이 자금에 대해서는 별도의 한도관리를 통해 예치잔액의 일정비율을 지역기업과 주민에게 저리로 대출하거나 지방채를 인수하는 데 쓰고 있다. 지역에서 나온 돈이 지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에서 낸 돈, 지역민에게
시가은행은 올 1월부터 NHK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고우~공주들의 전국'(江~姬たちの戰國~) 방영 전인 지난해 9월부터 '고우 공주 캠페인'을 벌였다. 드라마가 시작도 되기 전 시가은행이 드라마 홍보에 나선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잇닿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시가현이 드라마의 배경이기 때문. 통장덮개를 드라마 주인공들의 사진으로 채우는가 하면 각 지점에 드라마 포스터를 붙였다. 시가은행 관계자는 "방영에 앞서 드라마를 홍보한 것은 시가현 관광 진흥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기획"이라며 "드라마가 뜨면 결국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지역 홍보 노력은 교토은행에서도 보였다. 교토은행의 지역 밀착 방식 중 눈에 띄는 것은 162개 지점의 빈 공간을 활용한 지역 관광 상품 마케팅이었다. ATM기 주변을 교토 지역 관광 상품은 물론 맛집, 대표 기업 소개 등으로 채웠다. 교토 주변 효고, 나라 지역의 관광 상품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공간을 활용한 것은 국내 은행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사진 참조). 정기예금 가입자 등 상품 가입자에게는 여행 쿠폰이나 주변 숙박업소, 식당 할인권을 주고 있다. 교토에 관광을 왔다가 현금을 찾으러 ATM기를 찾아 들어오는 타지역 고객들을 위한 홍보다. 웬만하면 이 지역에서 쓰고 가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우리 고객이면서 이곳 주민들"이라며 "자신들에게 환원되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 생기고 더 강해진다"고 자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은행에 공공금고를 맡기는 경우는 허다하다. 교토부의 26개 공공기관 중 23개는 교토은행을 주거래은행(제1거래은행)으로 삼고 있었다. 교토은행 관계자는 "메이저은행들이 주거래은행이 되기 위해 입찰에 나서지만 대개 인근 현의 은행 등 3, 4개 은행과 경쟁을 벌인다"고 했다. 주거래은행으로 많이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은 지역 밀착이었다. 공공금고 대다수가 지역공헌도를 가장 높게 보기 때문에 상품 판매에서도, 대출에서도 '지역'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글'사진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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