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박원순 서울시장

"검은 머리가 대머리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 가지 모습이 있다. 까만 드럼통과 함께 길거리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군고구마 장수, 번화가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트리, 그리고 도로가의 보도블록 교체공사 현장이다. 왜 낡은 것도 아닌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서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는지는 독자 분들도 잘 알고 계실 테니, 여기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올해부터 서울특별시에서는 이런 광경을 거의 볼 수 없을 것 같다. 제35대 서울시장으로 임명된 박원순(朴元淳) 시장의 집무실 책장 위에는 보도블록 하나가 놓여있다고 한다. 보도블록 공사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이것은 내년 예산안을 검토하며 "내년에 보도블록을 하나도 교체하지 않아서 내가 보도블록 시장으로 불려도 되니,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 그의 신념을 나타내는 상징물인 것이다. 보도블록 외에도 박원순 시장에게는 특별한 게 많다. 포스트잇은 편리한 메모를 위한 메모지이지만, 그에게는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집무실의 한 쪽 벽을 시민들의 바람을 적은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웠다. 인터넷 방송은 제약이 없는 편리한 방송이지만, 그에게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취임식을 갖게 해준 소중한 도구가 되었다. 덕분에 그의 역사적인 취임식은 많은 시민들에게 큰 희망을 전해줄 수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으로부터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하는 시장 박원순. 여러 가지로 힘든 이 시기에, 그를 통해 더 많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원순은 1956년 3월 26일 경상남도 창녕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유신체제 반대 학생운동으로 1년 만에 제적당하고, 단국대학교에 입학하여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12기로 수료하고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다 198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망원동 수재민사건, 박노해 사건 등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희롱도 명백한 사회적 범죄'라는 판결을 내리게 한 변호사가 바로 그다.

변호사 또는 법조인이 되는 사람들의 운명을 명리학에서 기술하기를, 사주(四柱)에 청기(淸氣)가 있고 정신기가 맑은 관록이 있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는 관성(官星)의 힘이 너무 세거나, 또는 약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의 사주에는 관성이 없다. 하지만 사주에 관성이 없다고 해서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름을 보면 토(土)와 금(金)의 기운이 강한 이름으로, 토는 인성(印星)이 되고 금은 관성(官星)이 되니, 그를 부르는 이름은 법조인 또는 전문지식인의 이름이다. 전문지식인의 이름에는 관성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빠지지 않는다. 인성의 인자는 새길 인(印)자로, 두뇌를 뜻한다.

인성은 음양(陰陽)에 따라 정인(正印)과 편인(偏印)으로 나뉘는데, 박원순 그에게는 정인으로 작용한다. 정인과 정관이 동주하는 이름은 그 특성이 대인격자의 품위와 관인 상생되는 귀격으로, 특히 관성의 기운을 상승시켜 타인에게 발탁되거나, 뛰어난 리더십과 지구력으로 정'재계에서 출세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선거운동 때부터 끊이지 않는 비난과 혹평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나가는 시장 박원순. 검은 머리가 대머리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그의 모습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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