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 꺼질라" 매립장 위 조성 평리6동 주민들 공포

30년 전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대구 서구 평리6동 일대 주택에 담뱃갑 하나가 들어갈 만한 균열이 생겨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0년 전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대구 서구 평리6동 일대 주택에 담뱃갑 하나가 들어갈 만한 균열이 생겨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0년 전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대구 서구 평리6동 일대 전봇대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30년 전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대구 서구 평리6동 일대 전봇대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30년 전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곳에 집을 짓고 살아온 1천여 명의 대구 서구 평리6동 주민들이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에 심하게 금이 가거나 전봇대 수십 개가 기울어지는 등 지반 침하로 인한 피해가 불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쓰레기 매립지에 동네 들어섰나?

1일 대구 서구 평리6동의 한 주택가. 주택 벽에 담뱃갑 하나가 들어갈 만한 균열이 30㎝ 넘게 나 있었다. 이곳에서 50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집도 건물이 뒤틀리면서 창문이 깨지는 등 변형이 시작됐다. 지붕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아 쇠파이프를 고정해 둔 집도 있었다. 건물만 문제가 아니었다. 이 동네 전봇대는 수십 개가 3~5도가량 기울어 위태로워 보였다. 주민 박재하(61) 씨는 "오래전에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에 동네가 생기면서 건물에 금이 많이 가 있다. 전봇대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고 걱정했다.

평리6동 일대 22만2천㎡는 1981년부터 1983년까지 쓰레기 매립지였다. 비슷한 시기 대구시내 쓰레기 매립지는 평리동을 포함해 율하(동구 율하동), 대암(달성군 구지면), 대곡(달서구 대곡동) 등 모두 4곳으로 1991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에 위생매립장이 들어서면서 모두 폐쇄됐다. 평리 매립지는 1989~1991년 사이에 원래 밭이었던 지목이 대지로 바뀌었고 이후 주택이 들어서 현재 주민 1천여 명이 살고 있다.

평리6동의 각 공사장에서는 지금도 땅 속에 묻혀 있던 쓰레기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날 서평리지하차도 공사 현장에서는 폐비닐과 과자 봉지 등 쓰레기가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이곳이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땅파기 공사를 해 보니 땅속에 쓰레기층이 있었다. 연탄재와 비닐, 생활 쓰레기가 많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행정기관이 책임져야

평리6동의 곳곳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고 전봇대가 기우는 것은 예전에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되면서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 한국지반환경공학회가 2001년 발표한 '신선한 쓰레기 매립지의 장기침하특성에 대한 분해효과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쓰레기 매립지 지반은 쓰레기 부피가 감소하면서 장기적으로 침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쓰레기 구성 성분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매립지 전체가 침하될 수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 매립지를 대지로 지목변경한 대구시와 건축허가를 내준 구청에 피해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와 구청은 1981년 문제가 된 곳의 지주들이 다른 곳과 지대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탄재를 깔았을 뿐 시가 조성한 '쓰레기 매립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대구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연탄재를 넣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일부 들어갔을 수는 있겠지만 대구시가 지정한 쓰레기 매립지가 아니고 30년 전 일이라서 관련 자료를 찾기도 힘들다"고 해명했다.

평리6동 주민들은 2일 오후 7시 주민설명회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지역균형발전연구원 백승정 원장은 "시와 서구청을 상대로 쓰레기 매립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주거시설로 허가한 것과 관련해 주민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추진하는 한편 주민 건강검진과 건축물 안전도 검사도 함께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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