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창 TV경마장 10년의 명암…세수효자 vs 합법도박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 매주 금'토'일요일이면 실내를 가득 채운 2천여 명의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중계되는 경마 경기에 돈을 걸고 울고 웃는다. 개장 이후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비판 속에서도 줄곧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TV경마장. 개장 10년차를 맞은 TV경마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지역사회 공헌 효과는?

현재 전국에 있는 경마장은 서울과 부산'경남, 제주 등 3곳. 가창 TV경마장은 지난 2002년 개장 당시 경마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타 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경마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마를 몰랐던 시민들에게 하나의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게 한국마사회 측의 복안이었다.

TV경마장의 올해 하루 평균 입장객이 2천227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한국마사회 측은 TV경마장이 정착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TV경마장은 지방 세수(稅收) 확보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경마장 총 수익금의 약 10%를 세금으로 걷어 들이고 있기 때문. 3일 대구시에 따르면 레저세, 지방교육세 명목으로 경마장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은 2008년 51억8천500여만원, 2009년 50억3천800여만원, 지난해 58억9천여만원에 이른다.

한국마사회 대구지점 관계자는 "TV경마장은 대구시와 달성군 세수 확보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시민들의 레저 스포츠 중 하나로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도박 중독자 양산 등 부작용도

"마권 발매 종료 3분 전입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가창 TV경마장. 마권 구매를 재촉하는 장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마권 발매 창구로 쇄도했다. 모두 돈을 꺼내고 마권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자동발매기가 몇 천 원에서 몇 만원씩 돈을 빨아들였다. 제한 액수인 10만원을 거는 사람도 적잖았다.

몇 분 후, 천장에 달린 수십 대의 TV 스크린에서 경마 경기가 생중계됐다. 경주마 9마리가 코스를 한 바퀴쯤 돌았고 2분여 만에 승부가 갈렸다. 경기 내내 숨죽인 채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이내 일갈의 환호성과 푸념어린 탄식이 섞여 나왔다. 하지만 기쁨의 환호는 적었다. 대신 "또야" "에이" "휴"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찢긴 마권이 장내 바닥과 계단, 휴지통을 가득 채웠다.

TV경마장 이용객 대부분은 택시, 화물차 운전기사 등 자영업자, 회사원, 전문 경마꾼들. 최근엔 20, 30대 젊은 층과 중년 여성도 많이 찾고 있다.

3년 전 우연히 들렀다가 '경마장 중독'에 이르렀다는 법인택시 기사 박모(45) 씨는 "요즘 특히나 벌이가 시원찮아 10시간 운전해도 사납금을 못 채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경마 게임이 있는 금요일부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게 된다"고 했다. 주부 서모(38) 씨는 "요즘엔 '경마장 계'까지 만들어 활동하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고 들었다. 로또보다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찾았다가 발을 못 끊는 사람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수년간 TV경마장을 찾았다는 자칭 '전문경마인' 이모(58) 씨는 "경마는 공부해도 돈을 따는 게 불투명한 일종의 '도박'이라며 "젊은이들과 주부까지 이곳을 찾는 걸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이 심할수록 TV경마장처럼 '합법적인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TV경마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주 고객층이 누군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일 것"이라며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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