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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박진우 작 '디오니소스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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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디오니소스는 신 중의 신인 제우스가 테베의 공주인 세멜레를 사모하여 낳은 자식이다. 제우스가 인간과 결합하여 낳은 자식들은 헤라클레스나 헬레네처럼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 태어난 축제의 신이다.

축제란 육체를 가진 우리 인간들이 스스로를 정화하고 행복에 젖은 일상을 살게 하는 가장 평화로운 수단이다. 고대 그리스의 축제 중 가장 중요한 디오니소스 축제는 포도주의 신이자 축제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기간으로 오늘날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처럼 모든 사람들이 괴롭고 힘든 삶의 일상에서 벗어나 술과 춤, 음악과 사랑에 빠지는 해방의 시간이다. 축제의 기간은 삶의 일상에서 맺힌 가슴의 응어리를 녹여내는 카타르시스의 시간이다.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새로이 다가오는 나날들을 새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결심하는 시간이다.

사진작가 박진우의 '디오니소스의 계절'은 그러한 축제의 느낌을 여성의 누드를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창을 통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가슴 가득 안은 여인의 실루엣. 침대 모서리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있는 여체의 겨드랑이로부터 흐르는 부드러운 햇살, 그 햇살을 타고 온 방안에 퍼지는 나른한 행복감. 이 여인 또한 아마 지난밤 축제의 밤을 보냈으리라.

삶이란 괴로움의 틈새를 비집고 그 사이사이에 행복했던 나만의 추억을 모아 작은 정원을 만들고 틈틈이 그 정원 속에서 쉬다가 또다시 바쁘고 힘든 일상으로 돌아가는 반복을 통해 이루어가는 것. 사진작가 박진우의 '디오니소스의 계절'은 그러한 일상 속의 틈새에 숨겨놓은 나만의 정원에서 느끼는 충만한 행복감을 그린 사진이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웃음 사이로 행복했던 지난 축제의 시간을 추억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은 보는 이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 속 축제의 시간으로 돌아가 나른한 행복감에 젖게 만드는 행복바이러스가 아닐까?

손의권/동원화랑 실장

▶12월 10일까지 동원화랑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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