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국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어지럽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 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더니, 드디어는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 일어났다. 어지럽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이러다가 나라가 어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권을 불신하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의 뜻이 어떻고, 국가를 위해서 어떻고 하는 얘기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잘도 한다. 언턱거리만 생기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고 늘어지는 그들에게 과연 국가와 국민의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오직 당리당략, 인기와 득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오죽하면 뻔뻔스러움을 갖추는 것이 정치인의 자격이라는 얘기까지 나올까. 선거가 가까워지자 지자체의 장들이 속속 임무를 던지고 출마할 채비를 하는 것이나, 시민단체에서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던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주위를 서성거리거나, 새로운 무슨 포럼이니 회의니 하는 정치 성향의 단체들이 비 온 뒤 죽순 돋듯 하는 것들도 이런 뻔뻔스러움의 한 가지.
이 시대의 어두운 골목을 걸으면서, 문득 그리워지는 인물이 있다.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 한평생을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바치신 그분의 생애를 생각하면 우리들은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도산 선생의 인격과 업적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만 언급하여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작은 깨우침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도산 선생은 잃어버린 나라 되찾을 힘을 기르겠노라면서 1913년에 흥사단을 만들었다. 그때 선생은 팔도의 대표를 한 사람씩 모아서 창립 회원으로 삼았다. 지역적인 차별과 분열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는 생각으로, 국가와 민족이 있을 뿐 경상도와 전라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민족 운동을 하는 흥사단 사람들은 흥사단의 이름을 정치판에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야 자유지만 거기에서 흥사단의 이름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그동안 흥사단이 수많은 정치인을 배출했으면서도 곧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듯, 시민운동이 순수성을 잃으면 시민운동의 이름을 더럽히고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 꿈에라도 진실과 성실을 잃었거든 통회하라."
도산 선생은 오늘도 이 나라 이 국민을 내려다보고 이렇게 준엄하게 꾸짖고 계신다. 정치판이 어지러우면 우리 '보통 백성'들이라도 제발 부화뇌동하지 말고 정신 좀 똑바로 차리고 꿋꿋하게 살아가자.
윤중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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