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년간 사자·고사성어 집대성…'대사전' 펴낸 이종윤 옹

사자성어 대사전 전국 2천 곳 무료 배포 "중국 교역에 보탬 됐으면"

"여생을 보람 있게 보내고 싶어 일흔을 넘긴 나이에 자료를 수집하고 6년 작업 끝에 사자성어(四字成語) 대사전을 엮어봤습니다."

팔순의 이종윤(80·사진) 옹이 6년여 작업 끝에'알고 보면 쉬운 사자성어 대사전'을 펴냈다.

1천여 페이지에 1만4천 어휘를 담은 대사전은 우리말과 원문, 뜻풀이 및 고사성어의 어원이 되는 원전을 표기했다. 부록으로 일상생활 속에 많이 쓰이는 속자(俗字)를 비롯해 둘 이상의 음을 가진 한자, 잘못 읽기 쉬운 한자, 서로 상반되는 글자끼리 결합된 한자 600여 자를 수록해 놓았다. 대사전엔 800여 개의 사자성어 유래나 관련된 고사도 곁들였다. 원고분량으로는 A4용지 3천500여 장이다.

"1990년대 초반 중국과의 국교수립이 논의되던 시기였어요. 중국과의 교역에 한자가 유용할 것이고 중국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사자성어를 우리 국민들이 더 많이 알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이 옹은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75세 되던 해에 원고를 쓰기 시작해 하루 17시간의 강행군을 하며 쉽고도 간결한 사자성어 대사전을 탄생시켰다.

이 옹은 사자성어 대사전 2천 권을 전국 대학교와 도서관, 경찰서, 정부 각 부처 등에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한문학자가 아닌 내가 한자사전을 펴낸다는 게 어색한 점도 있지만 평소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어요. 원고는 15차례에 걸쳐 두 분의 한문학 교수님으로부터 철저한 고증과 감수를 받았습니다."

이달 3일 팔순을 맞은 그는 6년간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해 밤 11시까지 10여 권의 고사와 사자성어 관련 책을 뒤져가며 원고를 썼다.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에 심한 감기가 들어 20여 일 동안 말도 못할 정도로 앓았던 적도 있었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은 보통'아름다운 여인은 박복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지만 당송 팔대가 중 한 사람인 소식이 고을 원님으로 부임해 가던 중 기구했던 비구니 스님을 보고'젊었을 때는 참 아름다웠겠구나'라고 쓴 시에서 유래합니다. 이처럼 사자성어는 그 유래를 알면 기억하기가 더욱 쉽습니다."

이 옹은 대학졸업 후 경찰간부후보생 15기로 경찰에 들어가 총경으로 정년퇴직하고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마칠 때까지 40여 년간 공직에 있었다. 퇴직총경 모임인 상우회장을 맡았을 때는 A4용지 4, 5장에 고사와 사자성어, 시사, 영어 유인물을 회원들에게 배포해 함께 읽고 공부했다.

성주군 월항면에서 태어난 이 옹은 고교시절 국어과목을 좋아해 10㎞의 등하굣길을 오가며 시조 수백 편을 외울 정도로 한시와 사자성어에 빠지기도 했다.

"사자성어 대사전이 일상생활에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고사의 유래를 모아 또 다른 '고사성어' 대사전도 준비 중에 있는데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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