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에서 모리타니의 누악쇼트로 가는 비행기. 벌써 40분이나 연착이다. 공항 안에선 업무개선을 요구하는 시위행렬이 1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친미 성향의 모로코에 알카에다의 경고가 있은 뒤라 공항 내의 경비가 삼엄하다. 눈동자와 이만 하얗게 보이는 어린아이들만 컴컴한 공항 안을 제 집인 양 뛰어다닌다.
1시간 30이나 늦게 도착한 누악쇼트. 비행기가 그렇게 연착하고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다. 마중 나오기로 한 한국인 대신 흑인 한 분이 나와 '코리안'이냐고 묻는다. 모리타니는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와 납치가 많은 곳이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자니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어쩌랴. 어찌되었건 말도 통하지 않는데 이곳엔 아는 사람 하나 없지 않은가. 믿고 따라가니 다행히 약속한 곳에 데려다 준다.
◆모래 바람으로 자욱한 모리타니
모리타니의 거리는 모래 바람으로 자욱하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보았지만 이렇게 황폐한 곳은 처음이다. 12월인데도 기온은 20~30℃ 정도이고 7, 8월 한낮의 기온은 40~50℃까지 올라간다. 모리타니는 아프리카 북서부의 사하라 사막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모래 둔덕이 즐비한 사막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사하라 사막이라더니 그야말로 모래 바람이 하늘까지 뿌옇게 보일 정도로 불어와서 이슬람의 전통복장을 입지 않으면 입으로 들어오는 모래알을 막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봄이 오면 반갑지 않은 불청객 황사로 몸살을 앓는다. 이게 중국에서 날아왔다고 해서 중국정부에 항의할 수도 없는 자연의 재앙이라 우리나라는 억세게 운이 나쁜 자리를 잡았구나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황사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봄철에 다섯 차례만 와도 올해는 유난히 황사가 잦다고 야단인데 이곳에선 여름이 되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사막의 모래바람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심하게 부는데다가 날씨까지 더우니 살기가 더욱 힘들다고 한다.
사하라 사막 인근에 있는 모리타니도 물이 부족한 국가다. 주민들로서는 먹는 물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공동 우물가에는 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들이 늘어서 있다.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지내보니 물 문제를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소변은 고사하고 대변도 가족들이 돌아가며 4, 5번을 본 후에야 물을 내리니 그동안 집안은 고약한 냄새로 엉망이 된다. 현지인들도 거의 밖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는 입장이다.
◆힘들어도 잘 웃고 정 많은 모리타니인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는 대서양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로 인구는 73만 명 정도 된다. 이곳에서 가장 큰 시장에는 갖가지 소품을 들고 나와 파는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남자들이 많은 데라서 그런지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가 눈에 많이 띄고, 특히 휴대전화기를 빌려주는 상인들이 많다. 통신수단이 대중화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즉석에서 전화기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사막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천막은 필수품이다. 모래바람 속에서 몸을 피하게 하는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문양이 화려할수록 값이 비싸지는데 대부분 여자들이 직접 만든 천막을 가지고 나와서 판다. 한때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1960년에 독립한 모리타니는 경제생활이 크게 낙후되어 있다.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니 가축들도 마땅히 먹을 게 없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다닌다. 그러다 비닐이 목에 걸려 죽는 경우도 흔하다.
주민들 대부분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생활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늘 하루 마실 물과 먹을 것이 급하다보니 고개를 돌릴 여유조차 없다. 현지인의 소개로 이웃 가게에 가봤다. 가게라고 해봐야 아무것도 없는 모래바닥에 천막하나 쳐 놓고 허름한 책상에 과일 한 광주리가 전부다. 가난의 굴레가 이들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메마른 모래사막에서 흙을 퍼다 팔아 생계를 돕는다.
모리타니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면서 경제적 지원도 받고, 철강과 구리 산업이 발달해서 한때 경제가 호조를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식량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최빈국이 됐다. 게다가 2008년 8월 초에는 군부 쿠테타까지 일어나서 사회적으로 뒤숭숭한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잘 웃고 정이 많은 모리타니 사람들의 선한 눈매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 곳이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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