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태준 명예회장님 영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철강왕'

'영일만 기적'의 주인공이자 '철강왕'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님의 타계 소식에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모든 포항시민과 함께 애도를 표합니다.

박 명예회장님께서는 제철산업을 통해 오랜 가난을 타파하고 경제부흥을 통해 국가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일념으로 포스코를 설립하셨습니다. "창업 이래 지금까지 제철보국이라는 생각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 철은 산업의 쌀이다. 쌀이 생명과 성장의 근원이듯이 철은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다."

회장님은 그렇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낸 군인정신과 기업가의 혼을 함께 가진 '철강왕'이었습니다. 그 투철한 정신과 강력한 추진력은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을 기치로 포항을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으로 만들었고, 나아가 세계 최고의 철강도시로 성장시켰습니다.

특히 포스코를 만드는데 실패하면 모두가 영일만 바다에 몸을 던지자며 사업을 독려했던 박 명예회장님의 강력한 추진력은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으로 통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원천이 되기도 했습니다.

 평소 "사람은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아니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라는 박 명예회장님의 열정은 오늘의 포항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철강강국, 산업대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제철사업을 통하여 국가사회에 이바지한다는 포스코의 창업정신과 궤를 같이하여 교육을 통해 국가사회에 이바지할 동량을 길러내고자 했던 회장님의 혜안은 탁월했습니다. 포스코와 더불어 포스텍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했고,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함께하는 기초 과학의 본산이 되었습니다. '교육을 통한 보국'이야말로 회장님의 가치관과 국가관이 담겨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장님께서는 1970년 가을 보험회사로부터 6천만원이 넘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을 때 박정희 대통령께 정치자금으로 내밀었던 일을 말씀하셨지요. 그때 대통령께서 알아서 쓰라고 한 돈을 갖고 장학재단을 세웠습니다. 이 장학재단이 오늘날 포스코교육재단과 포스텍의 든든한 배양근이 됐습니다. 어떻게 그런 안목이 있는지 저희들은 지금도 회장님의 결단과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포스텍을 세우고 교수직 인사청탁을 많이 받았지만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확립하신 것도 후배들이 배워야 할 점입니다.

 평소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 절대적인 절망은 없다"라는 좌우명에서 보듯이 언제나 자신에 앞서 포스코가 있었고, 그에 앞서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것 자체가 큰 인연인 만큼 우리가 속해 있는 국가와 민족에게 의무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국가적인 과업을 맡게 됐을 때 나는 회피할 수 없는 인생의 사명이라고 느꼈다." 회장님은 늘 일을 생각했고, 그 일을 통해 나라에 보탬이 될 것을 고민했습니다.

늘 군 지휘봉을 잡고 현장을 지휘하시던 그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직원 개개인은 나름의 특성이 있다. 그런 서로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장님은 그렇게 현장을 중요시 했고, 사람을 중요시 했습니다. 그랬던 회장님이었기에 우리는 회장님의 빈자리를 더 아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순간까지도 "포스코가 더 크게 성장해서 세계 최강이 되길 기원한다. 항상 애국심을 갖고 일하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회장님은 그렇게 일과 포스코와 나라만을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 포항의, 나아가 우리나라의 든든한 버팀목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늘 인자하신 모습 속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으로 우리를 이끌어 오셨던 박 명예회장님을 보내야만 하는 마음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만큼 착잡하고 허전합니다.

이제 다시는 그 인자하신 모습을 뵈올 수는 없지만 박태준 명예회장님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명예회장님!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그렇게 아끼고 보살피던 포스코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씀하시던 포항을, 그리고 태어난 걸 감사해하고 보답해야한다고 말씀하시던 대한민국을 보살펴주십시오.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박승호/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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