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출 뚝,뚝,뚝…백화점의 눈물

유통업에서 불패 신화를 이뤄 오던 백화점이 주춤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이 지난달 대폭 감소한 것에 이어 주가도 최대 20%가량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초 20%를 웃돌던 매출 증가율도 하반기 들어 한 자릿수로 고꾸라지더니 지난 9월 6.5%, 10월 3.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말 특수 호황을 누리던 예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붕괴

백화점의 직접적인 매출 부진 요인은 위축된 소비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소비자의 소비행태가 이미 탈백화점화되고 있다'며 백화점의 영업 전략 변화를 촉구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없는 것 없이 다 있어야' 백화점이었지만 최근 들어 백화점은 전문화되고 있다. 그동안 있는 대로 모아둔 형태의 백화점만으로는 차별화 요소가 적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10대부터 20, 30대까지 패션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인터넷'모바일 쇼핑에 익숙해 있어 이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α'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에 바쁘다. 이 가운데 하나가 '전문관' 개설인데 실제 매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백화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백화점들은 차세대 먹을거리를 '복합 쇼핑몰'에서 찾기로 하고, 최근 이러한 형태의 복합 쇼핑몰로 변화하고 있다. 9일 김포공항에 오픈한 롯데몰을 비롯해 2015년 신세계가 오픈할 하남유니온스퀘어 등이 그런 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급이 활성화된 지금 단순히 물건을 사는 쇼핑이 아니라 나들이를 위한 여가 공간이란 개념을 접목한 복합 쇼핑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변화는 세계적 트렌드

그동안 국내 백화점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일본 백화점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고객 창출에 실패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99년 311개로 정점을 찍었던 일본의 백화점 숫자도 2009년 271개로 줄더니 지난해엔 10곳 이상이 폐점했다. 2011년 9월까지 일본 백화점 업계 총 매출액은 4조4천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현재 일본 백화점업계 전체 매출은 20년 전 최전성기(1991년)의 약 6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백화점의 위기를 쇼핑과 여가, 문화생활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을 통해 돌파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오픈한 일본 사이타마 현 이온레이크타운. 연면적이 36만㎡(10만8천 평)에 달하는 도쿄돔의 5.7배 규모로, 저스코(종합슈퍼)'마루에쓰(슈퍼마켓)'비브레(패션전문)'이온보디(건강'미용상품 전문점) 등 565개 임대매장을 갖추고 있다. 오픈 1개월 반 만에 입장객 87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일본 오사카에 문을 연 JR 오사카미쓰코시이세탄도 화제다. JR 오사카역 재개발에 따라 기존의 다이마루 백화점 우메다점이 리뉴얼 증축해 문을 열었다. 이곳은 백화점 2개와 전문점, 영화관 등 상업 시설과 호텔, 오피스가 결합한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이세탄백화점과 미쓰코시백화점그룹 합병 이후 처음 공동 개발한 점포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고정관념을 깬 마케팅도 등장했다. 백화점은 주로 여성들이 찾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 전용관'을 내세운 것이다. 최근 도쿄 쇼핑가인 유라쿠쵸(有樂町)에 오픈한 한큐 멘즈 도쿄는 기존 유라쿠쵸 백화점을 9개 층의 남성 전용 백화점으로 새 단장했는데 연간 매출액이 약 1천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0월엔 홍콩의 대표적인 쇼핑몰 랜드마크에서 랜드마크 멘을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약 6천㎡ 규모로 루이비통'발렌티노 맨'구치 맨 등 전 세계 남성 명품 브랜드가 집결해 남자 고객 유치를 두 배 이상 키웠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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