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대구 남구~달서구 방면 앞산순환로. 편도 2차로를 따라 화물을 가득 실은 25t 트럭, 포클레인을 비롯한 공사 차량과 유치원 통학버스 등 차량 수십 대가 꼬리를 물고 지나갔다.
이어 차량 행렬 꼬리에 전조등을 환히 밝힌 오토바이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오토바이는 차로를 마구 바꿔가며 차량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오토바이가 불쑥 끼어들자 차량들은 속도를 줄였지만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광경도 빚어졌다. 이 오토바이는 시속 60㎞인 제한속도를 훨씬 넘겨 고가도로를 내달렸다. 두 시간 동안 이곳에 진입한 오토바이는 모두 23대였다.
대구지역의 대표적 간선도로인 앞산순환로에 이륜차가 활개치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이곳은 도로법상 '일반 도로'에 속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륜차 통행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많고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앞산순환로를 자주 드나든다는 퀵서비스 배달원 최모(37) 씨는 "이 도로를 이용하면 30분 걸릴 배달 시간이 10분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자주 이용한다"며 "수입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사고 위험은 크지만 감수한다"고 털어놨다. 한 전통시장에서 도매상을 한다는 이모(34) 씨는 "이륜차 통행금지 표지판이 있지만 다른 오토바이들도 지나가고 단속도 하지 않아 자주 들어온다. 다른 차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오히려 속도를 높여 지나간다"고 말했다.
승용차 운전자들은 질주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업무차 앞산순환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정혜신(29'여'경산시 정평동) 씨는 "한 달 전쯤 오토바이가 갑자기 앞을 막아버려 급히 속도를 줄이다 뒤따르던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며 "오토바이가 자주 눈에 띄는데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직장인 황모(27) 씨는 "며칠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는 이도 목격했다. 과속을 일삼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무리한 단속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단속에 소극적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륜차 통행금지 구간에 택배 오토바이 등이 빈번히 다닌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무리하게 단속할 경우 추돌사고 위험 때문에 섣불리 단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최근 이런 민원이 많이 들어와 앞산순환로뿐 아니라 대구지역 자동차전용도로상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이륜차 통행 단속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구지역 도로 중 이륜차 통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자동차전용도로'는 신천대로 상동교~서대구IC(17㎞), 성서도시화고속도로 남대구IC~성서IC(3.14㎞) 등 6구간 30.62㎞이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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