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판 중인 피의자와 만나고도 당당한 전 검찰총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올해 초, 로비스트의 소개로 이국철 SLS 회장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김 전 총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SLS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많은 소문이 떠돌아 정확한 판단이 필요했다"며 "민원인이 억울하다고 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는 "언론에서 마치 로비를 받은 것처럼 몰아세운다"며 "내가 열 받아 다 까버리면 국정 운영이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전 총장의 해명은 한마디로 치졸하고, 함량 미달이다. 수사 검사가 아닌 다른 이가 재판 중인 피의자를 만나도 오해를 사는 법이다. 하물며 검찰 총수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피의자를 만났다는 것은 분명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또한 민원인의 억울함을 들어주려고 만났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민원인을 만난다면 총장의 몸은 백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더구나 이국철 회장을 소개한 로비스트는 정'관계 로비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런데도 김 전 총장은 사과는커녕 "총장 재직 때의 일을 밝히면 국정 운영이 안 될 것"이라며 협박을 하고 있으니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니다.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검사는 벤츠 승용차를 뇌물로 받고, 겉으로는 올바른 처신을 강조한 검찰총장이 정작 자신은 뒤로 피의자와 만나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국철 회장은 로비스트를 통해 검찰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사장급 인사 13명에게 로비를 했다고 비망록에 적었다. 단순한 커피 한 잔, 밥 한 그릇 같이한 것을 로비했다고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SLS 사건과 관련된 모든 검찰 인사를 철저히 수사해 검찰 위상 정립과 국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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