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이란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다

음식에 담긴 문화 요리에 담긴 역사/린다 시비텔로 지음/최정희·이영미·김

'음식에 담긴 문화, 요리에 담긴 역사'는 역사와 문화와 음식의 연관성에 대한 흥미로운 기술이다. 음식과 역사, 환경을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전 출간됐던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 수수께끼'와 유사한 점을 갖는 동시에 미시적이라는 점과 핫도그,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와 우주 음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는 없다. 쥐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있고, 구더기를 진미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달팽이 요리에 거금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정원과 텃밭에서 발견한 달팽이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같은 음식을 두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맛'의 정체는 무엇인가. 책은 '맛이란 문화와 자연환경,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먹는가 하는 문제도 문화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맛이란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맛은 해부학적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미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혀에 미뢰가 많은 사람은 미식가이고, 미뢰가 극히 적은 사람은 미맹(味盲)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본인의 노력과 무관하며 유전적인 지배를 받는다.

미식가에 해당하는 사람은 미뢰가 많아서 쓴맛과 단맛에 매우 예민하고, 지방과 탄산 같은 감각에도 민감하다. 일부 사람들은 혀가 미뢰로 덮여 있어 극도로 예민하다. 반대로 미맹에 해당하는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감귤류나 브로콜리의 쓴맛을 덜 느끼고, 매운 고추를 먹어도 고통을 덜 느낀다.

음식은 '맛'이 아니라 '문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과 한 개를 두고도 어떤 이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명구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하루 한 개만으로 의사를 멀리하게 만든다'는 비타민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는 사람에게 수치심과 노동을 떠안게 한 선악과를 떠올린다. 어린아이는 질투심 많은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건넨 독이 든 사과를 연상할 것이고,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불화의 사과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차를 마시는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에서는 설탕과 크림을 곁들여 티타임 때 마시고, 일본에서는 특정한 의식을 치를 때 마신다. 중국에서는 음식을 훈연할 때 찻잎을 쓰고, 터키에서는 남은 찻잎으로 미래를 점친다. 현대 미국의 가정에서는 물고기와 식물을 관상용으로 기르지만, 고대 로마에서는 식재료로 식물과 물고기를 길렀다.

이 책은 선시시대를 비롯해 티크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초기사회에서 현대의 유명한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친 음식에 대해 다문화적이고 다민족적으로 접근한다.

크게 날것에서 익힌 것으로의 전환, 밀과 포도 그리고 올리브, 빵과 커피와 궁중예법, 차와 초콜릿 그리고 요리책, 콜럼버스의 교환과 종교개혁, 식민주의와 코카콜라, 유럽과 미국, 현대음식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이렇게 큰 카테고리 안에서 문화 간의 음식교유와 관습, 축제와 음식에 관한 우화, 비잔틴, 포르투갈, 지중해,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이슬람, 아시아, 유럽 등 지역별 음식을 구별한다. 이어서 유전자 조작 식품과 유기농식품 논쟁, 미래 식품에 대한 전망 등을 다루고 있어 이른바 음식과 문화에 관한 총정리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 린다 시비텔로는 바사 대학을 졸업하고, UCLA에서 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음식사를 가르쳤고, 각종 음식관련 방송프로그램에도 기고했다. 471쪽, 2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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