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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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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렇게 즐거운 것도 그렇게 슬픈 것도 아니야.' 이미 나는 모파상의 비계덩어리와 진주목걸이의 간극을 이 말로 읽고 있는 나이다. 이십대를 절대 넘기지 않고 죽어버릴 테야, 그렇게 결심한 때에서 훌쩍 두 배 이상 살아버린 나이인 것이다.(말 그대로 결심했던 그때 가장 끔찍하게 여긴 그 모습으로 살아버린 것이다)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평소 불규칙하기 짝이 없는 식습관과 불면증 거기에다 과도한 음주력까지 낱낱이 알고 있는 친한 내과의의 재촉을 수차례 받고서야 불안에 떨며 받은 검진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자기 비하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편인 나는 건강불안증을 늘 안고 있지만 오만할 정도로 또 그것에 방만했다.

이 문장을 마치는 순간 반짝 속보가 뜬다. 앗, 김정일 사망기사다. 뛰어가 뉴스 채널을 클릭하니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애초 이 글의 제목으로 '새로운 태양을 기다리며'로 정해 놓고, 개인적인 건강검진을 빌미 삼아 인생무상과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말하려 했다. 덧붙여 그러하니 무얼 그렇게 앙앙불락해 할 것인가 반성하려고도 했다. 위선의 태양이 허공에 붙박여 있더라도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법이야 스스로 위무하려고도 했다.

그런데 다시 완벽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이 큰일로 내가 지금 챙겨봐야 할 게 뭐가 있을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자연과학과 인문학 강좌'는 차질이 없을까. 더군다나 새롭게 기획한 '이영수 그림전'은 어떻게 하지. 역시 가장 민감하게도 코스피가 폭락을 하고 있군.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처럼 새삼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국민답게 잊고 있었던 생생한 사실들을 떠올린다. 며칠 후 이 글이 지면에 자리할 즈음엔 많은 것들이 변해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저녁에 있을 강좌의 강의자료를 챙겨야 하고, 전시회장으로 가서 작품들을 점검한 뒤 곧장 강의 장소인 '분홍빛으로 병원'에 6시 30분까지는 가야한다. 내일? 내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점심 약속을 지킬 것이고, 판매된 그림을 포장할 것이며, 커피를 마시며 김정일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고 있을 것이다. 건강검진의 결과처럼 음주량을 소주 반 병 정도로 줄여야 하듯 내일은 내일의 일들이 또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나이, 그러므로 오늘도 스스로에게 읊조린다. 카르페 디엠!

박미영/시인, 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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