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 보고 알았다니…" 바닥 드러난 정보력 부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TV를 보고 알았다는 국가정보원에 대해 '있으나 마나'라는 비판 여론이 드세지고 정치권은 원세훈 국정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국정원 무용론까지는 아니지만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은 20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상임위를 모두 열었다. 국회 정보위, 국방위, 외교통상통일위는 국정원과 국방부, 통일부 등 대북 관련 부처의 정보력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전 대표는 국방위에서 "김대중 정부 때 대북 휴민트가 무너져 복원이 안 되고 있다. 국정원이 동네 정보원이란 소리를 듣다 이제 가장 중요한 군사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며 "(원 원장이) 책임지는 게 맞다. 국정원도 책임지고 국방부 대북 관련 부서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역시 북한 뉴스를 보고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알았다고 밝힌 김관진 국방장관은 "현재의 국방 정보감시 체제만으로 김정일의 사망을 아는 것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보능력을 키우고 확장해야겠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스스로 대북 정보력이 빈약했음을 인정하는 답변이었다.

정치권은 부족한 대북 정보력에 대해 정보 수집 채널이 좁아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사람을 통한 정보 수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국정원도 대북 담당자를 인사하면서 사람도, 조직도 전반적으로 홀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북 관련 정보 당국과 부처 간 협력도 느슨해져 책임 전가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국정원이 약 3개월 전 인지해 국방부에 알렸지만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대북 정보를 수집, 분석, 공유하는 데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외교안보 라인의 축이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없애기도 했다. 대신 위성과 감청을 통한 신호 정보에만 의존하면서 북한 주요 인사들의 동향 파악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치권은 당장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외교안보라인 인책론이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정보 당국의 정보 수집력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상황 정리가 마무리되면 원 원장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대북 정보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원 원장은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잠만 자는 숙박업소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야당은 특히 이번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정보 당국의 소홀함을 이슈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김 위원장 사망을) 방송을 통해 알았다면 그런 국정원을 위해 왜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지 국민은 갑갑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박주선 의원은 "정보원이 아니라 숙박원이고, 통일부도 통일부가 아니라 숙박부"라고 질타했다. 야권의 원 원장 성토에는 정보통이 아닌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책론이 쏠리고 있는 원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본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태가 수습되어가면 여야 없이 정치권은 정보 관련 부처의 인책론을 확대하면서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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