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가 나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후계자 김정은(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조문 정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버지 빈소에서 고위 인사들을 맞이하며 충성 다짐의 기회로 활용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김정은 시대'를 각인시키고 있다.
20일부터 당'정'군 고위간부들과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아버지 김 위원장의 영전에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부위원장은 22일 현재까지 장의위원장 겸 상주로 빈소를 지키며 국내외 조문객을 접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최고지도자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위상을 과시하며 사실상 충성서약을 받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각국 조문객을 일일이 영접하며 북한의 새 지도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21일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靈柩)에 참배를 마친 북한의 조문객들이 김정은 앞으로 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부의 일부 고위인사는 인사를 올리며 거수경례로 충성을 다짐하기도 했다.
또 김일성 주석과 김 위원장의 의전을 맡았던 전희정 국방위원회 외사국 의전국장은 김정은의 곁에서 3대째 김일성 가계의 모든 의전을 도맡아 새 권력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북한 전문가들은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역시 조문 정치를 통해 후계자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년간 후계자로 지내왔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2009년 1월 후계자 내정 이후 채 3년도 안 되는 후계체제 구축기를 가졌던 김정은은 이번 추모기간을 통해 체제 공고화를 더욱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해 '영도자' '계승자' '위인의 풍모' 등 찬양조의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북한 사회 전반에 충성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의 하나로 읽힌다.
김정은은 북한의 고위인사뿐 아니라 재외동포 단체 및 각국 조문객을 직접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자연스레 알리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경우 해외에서 북한의 선전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들을 김정은 찬양 선전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북한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국제기구 일행과도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특히 류훙차이(劉洪才) 중국대사와는 다른 일행과 달리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 혈맹관계라 불리는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북한은 각국의 지도층이나 유력 인사들이 보낸 조전을 집중 소개하며 '영도자는 김정은'이란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중앙통신은 미국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김정은 앞으로 보낸 조전을 소개하면서 미국인까지 위상을 인정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카타르 국왕을 비롯한 중동국가 지도자들이 김정은을 '최고영도자'로 호칭한 조전의 전문을 공개했다.
김일성 주석과 막역한 관계로 왕궁의 경비까지 북한 용병들에게 맡겨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이 보낸 조전에서 김정은을 '각하'로 부른 대목도 그대로 소개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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