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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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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침마다 새로운 시간을 향하여 눈을 뜬다. 창문을 열어 아침의 때묻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하루라는, 오늘이라는 신선한 시간을 만난다. 그러나 어제 떠오르던 해가 오늘도 그곳에서 다시 떠오르고 여전히 정체되는 출근길과 어제의 일이 밀려있는 책상들, 식구들이 떠난 빈집에 혼자 남아 어제하던 일을 다시 반복하는, 어제와 너무 닮은 오늘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시간의 소멸을 안타까워한다.

손목마다, 벽마다, 휴대폰마다 범람해있는 시계들에 둘러쌓여 가혹하고 강압적인 속도의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유유하던 강물의 시간들을 우리는 언제부터 잃어 버렸을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은 영국이 해상권을 제패한 후 그리니치 자오선을 경도 0도로 정한 것이 시초로서 이것이 세계 표준시이다. 이 표준시의 제정은 그들이 세계의 시간을 제패한 중대한 계기이며 고도한 서구 제국주의의 시간 이데올로기로서 모든 자연의 시간을 식민지화했다. 이 표준시간에 맞추지 않고 자연의 시간을 거느리고 사는 사람들을 미개하고 게으른 민족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길게 닭이 울던 새벽, 달이 뜨고 달이 지고 해가 뜨면 나팔꽃이 피는 그 맑은 시간, 환한 달빛 속에 박꽃이 하얗던 그 자연과 야성의 시간이 너무 그립다.

누군가 송년모임에서 쓸쓸히 하던 말이 생각난다. 깊은 호주머니 속에 감추어두었던 한 달을 꺼내 헐어 놓았더니 어디론가 순식간에 가버리더라고…, 손지갑 속에 동전처럼 달거락거리며 보채던 일주일을 꺼내 놓았더니 흔적없이 굴러 가버리더라고….

우리에게 시간은 너무 야속한 사랑이다. 미국의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인생에 있어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

늦었다고 주저할 필요도, 너무 이르다고 미루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겠지만 하여튼 시간은 정확하게 제 갈길을 거침없이 간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우리는 축복처럼 또 다시 새로운 시간 앞에서 설레게 될 것이다. 마치 첫사랑이 돌아온 것처럼 새 달력을….

걸어놓고 꿈같은 앞날을 설계할 것이다. 우리는 그토록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했지만 다시 우리 앞에는 새로운 시간이 돌아와 있지 않은가 인생은 긴 것일까 짧은 것일까.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말한다. "현명한 사람은 허송 세월을 가장 슬퍼한다."

인생은 뜻깊은 일을 하며 제대로 살기에는 짧을 뿐, 대강 살기에는 너무 외롭고 지루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시간은 우리에게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다시 설레게하는지도 모른다.

황 영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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