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일반계고 3학년 이모(18) 군은 '문제 학생'에서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 겉돌던 이 군은 올해 대구산업학교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공부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CAD) 자격증도 땄고,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 원서를 넣어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곳에 와서는 생활 습관이 규칙적으로 확 바뀌었어요. 산업학교의 실습 위주 수업은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위탁교육을 하는 직업학교인 경북기계공업고 부설 대구산업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자격증 취득 후 취업하거나 전문대 진학을 통해 경쟁력을 가지려는 일반계고 학생들이 이 학교로 유턴하면서 지원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구산업학교는 일반계고 2학년생 가운데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다음해 1년간 교육한다. 기계과, 전자과, 컴퓨터그래픽과, 정보전산과, 미용피부과, 제과제빵과, 조리과, 에니메이션과 등 8개 과에서 315명을 선발해 전문기술을 가르친다. 실습비, 교재비 등 학비는 전액 무료. 이 같은 직업학교는 전국에 모두 7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구산업학교 학생들은 첫째, 셋째 주 월요일에만 원래 다니던 일반계고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곳에서 직업교육을 받는다. 조리기능사, 미용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 위주 수업이 진행된다. 이달까지 120명(43%)이 3개 이상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 좀 더 공부를 하기 위해 전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바로 취업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22일 현재 재학생 중 이미 101명(36%)이 호텔 인터불고, 아웃백스테이크, 금오전자 등 기업에 취업했다.
제과제빵과에 재학 중인 최모(18)군도 진학 대신 지역 한 패밀리레스토랑에 취업, 한창 일을 배우고 있다. 최 군은 "어중간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 등록금, 취업 걱정을 하는 것보다 사회에 일찍 진출해 자리를 잡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며 "앞으로 지금 일하는 곳과 같은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1년 교육과정 중 이곳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0월 경북식품박람회 경진대회에서 은상과 동상을 2명씩 받았고 11월 진행된 대구시장배 피부미용경진대회에선 대상, 금상을 1명씩 거머쥐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산업학교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매년 11월 말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2008학년도에 306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0.97대 1에 그쳤으나 점차 상승, 2012학년도에는 1.81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조리과는 4.7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대구산업학교 최경묵 교감은 시설이 부족, 입학을 원하는 학생 모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고교 진학 시 특성화고 진학을 원했으나 부모 권유로 일반계고에 진학했다 잘 적응하지 못하다 새로운 꿈을 찾아 직업교육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뒤늦게 진로를 바꾼 학생들이 최대한 제 갈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그래프=최근 5년간 대구산업학교 지원율
댓글 많은 뉴스
대구경북 시도민 44.7% '윤 대통령 국정운영 잘 하고 있다' 응원
'이재명 무죄' 탄원 서명 100만 돌파…15일 1심 선고
'무죄' 호소한 이재명 "있는 대로 말하라고 한 게 위증이냐"
박정희 동상에 밀가루 뿌리고 계란 던지고…영남대 총동창회 "고발 조치"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