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어르신들께 옛 노래를 들려 드리면 내 손을 꼭 잡고 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는 구성진 노랫가락이 어르신들의 힘들었던 삶과 한을 들춰내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대구 유일의 '법무공무원 가수'인 대구구치소 김형국(52'사진) 교위는 올해 29년차 베테랑 교도관이자 (사)한국연예예술협회 대구시지회 소속 가수다.
그는 경남 거창이 고향으로 19세 때 가수의 꿈을 안고 대구의 한 사설음악학원에서 1년간 목소리를 다듬은 후 밤무대 가수로 짧게 활동했다. 한때 오아시스 레코드사 주최 전국남녀콩쿠르대회에서 2위에 입상하는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1983년 법무공무원이 됐지만 음악에 대한 끼와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첫 발령지가 청송감호소였습니다. 그때 청송'안동지역 주부봉사단과 함께 틈틈이 마을 경로회관 등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1999년 대구구치소로 옮긴 후에도 노래는 김 씨의 또 다른 일상이 됐다. 그는 2005년 자영업, 회사원, 주부들로 구성된 '사랑의 노래 봉사단'을 결성해 노래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매월 넷째 일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동성로 상설무대와 도시철도 중앙로역에서 번갈아가며 자선공연을 열고 있다.
약 2시간 공연에서 거두는 모금액은 매회 25만~30만원 정도로 여기에 봉사단원 30명의 회비를 합쳐 대구시 중구지역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5가구에 매월 1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트로트봉사단 '예음회'를 통해 노인병원, 대학병원환우위문, 요양원, 복지시설 등을 돌며 매월 1회씩 위문공연도 갖고 있다. 예음회 공연 때는 30명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음료수와 먹을거리도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다.
"흘러간 노래를 불러 드리면 외로운 요양원 어르신들은 몸과 마음이 불편함에도 흥에 겨워 손뼉을 치거나 춤을 추시며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김 씨는 이런 예음회의 활동 뒤에는 연습장소 무료제공이나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주는 온정의 손길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노래봉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저소득층 합동결혼식 축가공연이나 각종 퇴임식에도 단골 출연하고 있다.
"저한테 무대중독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친이 악극단 악단장이셔서 어려서부터 음악과 친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초등학교 때는 '신동 트로트 가수가 났다'며 주위의 칭찬이 자자했으니까요.(웃음)"
김 씨는 요즘도 출퇴근길에 차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기 일쑤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음색을 유지하기 위해 주 2회 음악교육도 받는다. 그가 즐겨 부르는 나훈아의 '18세 순이', '사랑'이나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추억의 소야곡'은 인기 레퍼토리로 지인들은 그를 '걸어다니는 노래방 기계'로 통한다. 그가 발라드에서 트로트까지 악보 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만도 200여 곡에 달한다.
최근엔 지역 작곡가 손준호 씨와 손잡고 첫 음반을 준비 중에 있다. 가사는 수형자들의 교정과 교화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특히 다음 달부터는 그의 노래 재능을 십분 활용해 대구구치소(소장 신용해) 내 모범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교실도 열 예정이다.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제 노래를 듣고 흥겨워하는 관객들을 보면 절로 힘이 솟습니다. 아마 이런 것이 제가 계속해서 노래봉사를 할 수 있는 에너지인 것 같습니다."
김 씨는 이 같은 노래 열정과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법무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많은 표창을 받았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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