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은행에 예금해서 연 5%의 이자를 받으면 1만원을 투자해서 500원의 수익을 내는 것이다. 즉 '투자금액/이익'의 비율이 20배이다. 이 말의 의미는 어느 곳에 투자를 하든 '투자금액/이익' 비율이 20배가 넘으면 투자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굳이 위험을 안고 다른 데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냥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된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사람들은 1~2% 금리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얼마 전 뉴스에 대선 테마주로 떠오른 안철수연구소의 이 비율이 100배라고 나왔다. 은행으로 치면 연 1% 이자를 주겠다는데 여름밤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몰려드는 격이다. 안철수연구소의 1~2년 후 예상이익을 적용해 20배 이하 비율이 불가능하다면 내 재산을 도박판에 건 것과 다름없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겠지만 과거 인터넷 관련 주식 광풍 때나 직전 대선 때 토목 관련주들의 급등락 후유증을 생각하면 옆에서 보는 구경꾼 입장에서도 가슴이 서늘하다.
새해 첫 글이니 덕담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10년 뒤에 내 계좌의 사이즈가 얼마나 커져 있을 것인가를 늘 생각하시라고. 평소엔 균형 감각이 있고 합리적인 사람도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공격적으로 변한다. 카지노 게임을 즐기듯 매매가 빈번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를 필자는 본 적이 없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마운 고객이지만 수익과는 멀어질 뿐이다.
당장 팔 주식이 아니라면 사놓고 잊어버리는 게 좋다. 멍청한 소리같지만 오히려 내가 매수한 종목이 내심 내리기를 간절히 원해야 한다. 1~2년 후의 실적을 보고 들어왔으면 당장 팔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내릴 때마다 낮은 가격에 추가 매수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단기로 접근하면 푼돈을 벌었다 잃었다 반복만 할 뿐. 남는 건 쪼그라진 계좌뿐이다.
최근 들어선 회사 업무 도중에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주식매매를 하는 사람이 적잖다. 주식투자는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사고 파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러면 곤란하다. 매매는 많아도 1년에 2~3번이면 족하다. 분명한 건 업무 중에 매매를 할 정도면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길게 가져가려면 종목 선택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필자는 재무적으로 오랜 기간 깨끗하게 유지하는 기업을 보면 그 기업의 대표님을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마음 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마음놓고 투자할 종목이 있고 또 주식을 사놓고 두 발 뻗고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분들이 밤낮으로 수고하는 덕분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매일신문 독자분들도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성공투자의 한 해가 되길 기원드리며 행운을 빈다.
이우현 동부증권 범어지점 DHP금융자산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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