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펼 것도 오그릴 것도 그다지 많지 않은 월급쟁이에게는 돌려받는 세금은 덤 이상이다. 월급에서 꼬박꼬박 뗀 근로소득세를 정산해 돌려받는데도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애초 나갔다고 생각한 돈이어서 그럴 것이다.
환급금이라고 해봐야 그리 많지 않지만 사정이 빤한 봉급생활자 입장에서는 여간 반갑지 않다. 귀찮다고 등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푼이라도 더 돌려받기 위해 영수증 꼬박꼬박 챙기는 이들도 많다. 더러 욕심을 내 무리수도 둔다. 경찰관 등 공무원들이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이용해 소득공제를 받은 사실이 잇따라 적발되자 최근 대구경찰청이 금지령을 내렸다. 앞으로 특정 종교단체의 기부금 영수증을 들이밀면 일일이 확인해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세금이 빚어내는 웃지 못할 풍속도다.
큰돈 만질 일 없는 서민들이 그나마 절세한다고 비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지만 세금 아까운 줄 아는 서민들 심정도 이해가 간다. 불요불급한 곳에 쓰이는 예산이 엄청나고 더러 공무원 호주머니로 혈세가 흘러들어 가기도 한다. 국회의원 세비도 국민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세금 낭비 중 하나다.
국회의원은 한 해 1억 1천870만 원의 세비를 받는다. 온갖 비난에도 지난해 국회가 세비를 5.1% 올렸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 한 사람을 위해 연간 5억여 원에 달하는 세금이 쓰인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개업 인사장 같은 정책 홍보물 발행비로 대주는 돈이 2천만 원에 이르고, 차량 유지비'통신비'입법정책 개발비 등 활동 지원비도 600만 원 이상 들어간다. 여기에 6명의 보좌관'비서관 월급까지 합하면 연간 5억여 원에 달한다.
하지만 민생을 위한 입법 활동에 진력해도 모자랄 판에 의원과 보좌진들이 부정한 돈을 세탁하고 돈 봉투나 돌리는 데 동원되고 있다. 결국 세금이 범죄 활동비로 쓰이는 꼴이다. 소비세 인상을 위해 세비 자진 삭감까지 불사하는 일본 정치권과 비교하면 우리 의원들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게 아니다.
월급쟁이든 의원이든 세금이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고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될 공금임을 알아야 한다. 부정한 환급도 지탄받을 일이지만 많은 세비를 받고도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 엄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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