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비자금 15억원을 세탁해야 되는데 조합장님이 협조 좀 해줘야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쯤 안동농협 권순협 조합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 직원을 사칭한 이모(30'서울) 씨가 대통령 비자금 15억원을 돈세탁해야 한다며 저녁에 만나자는 전화였다.
권 조합장은 그가 조용히 만나기를 원해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이후 1층 상담실에서 기다리다 오후 9시쯤 정장 차림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남자를 맞았다. 이 씨는 컬러프린트기로 인쇄한 5만원권 600여 장과 복사용지 등으로 위장한 검은색 스포츠용 가방을 잠깐 열어보이며 조합장에게 돈세탁을 종용했다.
그는 "영주 등 인근 농협에서도 2억~3억원씩 세탁을 했다. 규모가 큰 안동농협이 제대로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상하다고 느낀 권 조합장은 이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잠깐씩 사무실을 빠져나와 그가 거론한 농협 조합장에게 확인해본 결과 거짓임을 알았다. 그는 은밀히 경찰에 신고한 뒤 조합 직원 3명을 다시 불러 금고에 있던 현금 10억원을 꺼내 이 씨에게 건넸다. 현금을 챙겨 농협문을 열고 나가던 이 씨는 출입문 근처에 잠복해있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안동경찰서는 이 씨에 대해 사기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7억원의 빚을 진 뒤 이를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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