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설 차례상은 과식과 배탈이 걱정될 만큼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며칠만 지나면 말라버린 음식은 골칫거리로 남는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데우고 또 데워 의무적으로 먹자니 그야말로 식상하다.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과 함께 설 후유증으로 남기 일쑤인 음식물을 일품요리로 간단히 재활용하는 방법을 참자연음식연구소 신아가(사진) 원장으로부터 들어본다. 특별한 준비물은 필요 없다. 그저 설을 지내고 남은 음식과 주부의 손맛이면 족하다.
◇두부구이 흑임자 무침 오디 초고추장 샐러드=흑임자는 검은깨를 말한다. 오디 추출액이 없다면 매실 추출액을 대신 사용해도 무방하다. 명절 이후 남은 두부의 경우 새로 구우면 더 딱딱해지기 때문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딱딱해진 두부를 끓는 물에 데쳐 부드럽게 한 뒤 흑임자 가루를 묻히면 된다. 텁텁한 맛의 두부와 깨의 고소한 맛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매운 고추장 소스다. 오디와 식초(매실 추출액, 두유도 가능)를 섞어 만든 매운 고추장 소스를 흑임자 가루를 묻힌 두부 위에 뿌리면 요리는 완성된다. 아삭한 맛을 내는 각종 야채를 곁들이면 골칫덩이 딱딱한 두부는 일품 샐러드로 변신한다.
▷조리법: 1)두부는 0.5㎝ 두께로 잘라 기름에 살짝 구워 흑임자 가루를 입힌다. 또는 구운 두부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흑임자 가루를 입힌다. 2)샐러드 야채, 귤, 토마토 등을 준비하여 가운데 담고 가장자리로 두부를 돌려 담는다. 3)고추장 1, 매실 추출액 1, 오디 추출액 2 또는 유자청 0.5, 설탕 0.5, 식초 2, 두유 2, 고춧가루 1 비율로 소스를 만들어 곁들인다.
◇잡채 떡국 떡볶이=명절 때 많이 먹는 잡채의 경우도 하루만 지나면 마르고 굳어버려 식탁의 문제아(?)로 남는다. 하지만 설에 가장 흔한 음식이 바로 떡국이다. 고추장을 이용해 떡볶이 소스를 만들어 떡국과 잡채를 함께 볶으면 간단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잡채 떡국 떡볶이가 된다.
▷조리법: 멸치 국물에 양배추, 대파를 넣어 끓이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데친 떡과 어묵을 넣어 익혀낸다. 위에 곱게 썬 양파를 얹는다. 먹다 남은 잡채 대신 당면, 우동사리 등을 넣어 함께 볶아줘도 좋다.
◇청경채 해물볶음=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음식 중 하나가 탕국(어탕'육탕)이다. 탕국에 있는 해물과 고기를 고추기름, 굴소스 등을 이용해 매콤하게 볶아서 아삭한 청경채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면 새로운 일품요리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해물과 고기는 이미 익힌 것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 볶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청경채는 살짝 데친 뒤 센 불에 빨리 볶아서 변색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조리법: 1)홍합은 껍질째 데쳐 알을 떼어낸다. 2)소라도 소금물에 데쳐서 편으로 썰고 고기, 표고도 편으로 썬다(진간장, 후추, 참기름으로 간). 3)오징어는 내장 쪽으로 칼집을 내어 크게 썰어 소금물에 데치고 새우를 데쳐서 껍질을 벗긴다. 4)당근, 피망은 삼각형으로 썰고 양파는 떼어 삼각지게 썬다. 5)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열을 올린 후 마늘, 생강, 대파를 넣어 진간장 1, 굴소스 1, 정종 1의 비율로 넣어 향을 낸다. 고기, 표고, 당근, 양파, 청경채, 해물을 넣어 볶다가 뜨거운 육수 2컵(또는 물)을 자작하게 붓는다. 6)소금으로 간을 한 후 끓으면 녹말물을 2, 3번 나누어 걸쭉할 때까지 넣으며 저어 준다. 7)후추, 참기름을 넣어 완성한 후 넓고 두꺼운 접시에 담아낸다.
◇묵은지 김치 편육찜=명절 음식은 주로 기름기가 많다. 명절 후 얼큰한 것이 당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르고 딱딱해진 돼지고기와 묵은지 김치를 함께 넣고 푹 익혀서 먹는다면 명절 후 속풀이로 안성맞춤이다. 묵은지는 신맛이 강한 탓에 참기름과 설탕에 버무려서 맛을 조화시킨다.
차례 때 남은 편육도 물론 좋지만, 냉장고에 남아있는 삼겹살이나 목살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먹다 남은 전류를 함께 사용해서 찜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전은 쉽게 퍼지기 때문에 요리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넣어야 한다.
▷조리법: 1)포기김치 1/4포기는 길이로 쪼개어 사이사이에 설탕 1큰술을 조금씩 나누어 뿌려주고 참기름 1큰술을 친다. 2)돼지고기는 소금, 마늘, 후추 등으로 양념한다. 3)전골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포기째 넣어 그 사이에 돼지고기를 넣어 불을 올려 뒤적이며 볶다가 멸치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은근히 15~20분간 익힌다. 4)두부는 큼직하게 잘라 옆에 곁들이고 양파, 대파를 넣어 잠시 더 끓이다가 매운 풋고추를 넣어준다. 5)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하고 후추를 조금 친다. 6)상에 내면서 김치의 대가리를 가위로 자르고 김치는 길게 찢어 가며 먹는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