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공직생활을 이끈 힘은 무엇인가요, 공직관이랄까?"
그는 가만히 기자의 눈을 응시했다. 대답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라는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주로 중앙무대에 있었죠. 저에게 공직은 특정 부류, 특정 업종, 특정 지역이 아닌 한국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었습니다. 자랑스럽다고 하면 좀 뭐 하지만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수수하고, 소탈하게 살아야 하는 직업이지만 이 일 자체가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또 기여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 의미를 뒀지요." 다른 이에게 들었으면 준비된 답변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달랐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착하다, 술을 잘하지는 못한다는 등 그를 수식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날 만난 김화동(55)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상임위원은 곧은 대나무 같다는 느낌이었다.
행정고시(24회) 출신인 김 위원은 현재의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으로 이름이 바뀐 경제부처에서 기금과 경제, 예산 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확대 개편된 국과위 차관급 상임위원을 맡았다. 경제전문가가 과학기술을 총괄 조정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을까 싶었다.
"국과위는 과학기술 분야에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R&D 예산(올해 16조원)을 배분, 조정하며 이 예산이 실제 경제 부흥 효과를 가져왔는지 평가합니다. 물론 과학기술 쪽에서 근무를 오랜 기간 해왔다면 더 전문성을 가지겠지만 이미 재정과 예산을 다루면서 과학기술 쪽에도 정통해 있습니다. 재료만 바뀔 뿐 과정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여유만만할 것 같은 그의 표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 다른 분야를 익히고 트렌드를 좇는지 물었다. 그는 엄청난 독서광이다.
"책을 읽는 것은 필수가 아니라 생활입니다. 제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한계는 책을 읽으며 극복하고 있어요. 물론 좋은 분을 만나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한두 시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만큼 유익한 일도 없죠. 저는 누구보다 신문을 잘 활용합니다. 정보의 '에센스'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고, 사회의 특정 이슈나 과제에 대한 입장은 콤팩트하게 쓴 칼럼을 읽으며 참조하지요."
책장이 따로 없는 그의 집무실. 슬쩍 고개를 들고 둘러보니 소파 중간에 놓인 접대용 탁자에는 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경영, 경제 등 전문서적에서부터 에세이까지 종류도 가리지 않는 듯했다. 책 읽을 시간은 어떻게 마련하냐고 물었더니 "주로 토'일요일을 활용하고, 집 앞에 단골 커피숍이 있는데 독서실처럼 밤시간을 애용한다"며 웃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이공계 기피에 대한 해법 찾기가 화두로 대두해 있다. 이공계 출신 정치 신인에게 공천 가산점을 준다는 방안(案)도 나왔다. 이와 관련, 그는 "사실 국과위가 오는 4월 이공계 문제 해법을 내놓을 계획인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보다 복지가 중시되는 최근 기류에 대해서는 "과학기술이 가진 '뉴스성'이 떨어질 뿐 과학기술을 경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복지예산 증가폭보다 과학기술 예산 증가폭이 해마다 더 컸다"고 했다.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에 '좋은 사업'을 많이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상(像)에 부합하면서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이 그가 말하는 좋은 사업이다. 그러면서 단기, 중기, 장기 비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로 금연 10년째를 맞았다. 담배는 인생에 큰 즐거움이었지만 어느 날 가족에게 당당하지도, 떳떳하지도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날로 절연했다고 했다. "제가 참 독하지 못한 데 금연한 것을 보면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면서 놀랍니다. 하하."
김 위원은 경북 군위 출신으로 경상중, 경북고를 나와 영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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