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통신(錢可通神)은 돈이 귀신과도 통한다는 뜻으로 돈의 위력을 나타내는 유명한 고사성어다. 산업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는 돈은 단지 상품 교환의 매개물 또는 가치 척도로서 지불 방식을 넘어 신처럼 군림하는 지위가 되었다. 돈은 가치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돈만 있으면 대접받는 시대에 화가는 그림을 재화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는다. 화가는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로서 그림이 돈이 되어야 하지만, '그림=돈'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평론하시는 선생님의 소개로 그림을 판매할 때 일이다. 그림은 서당 선생님이라 불리는 분이 내 팸플릿을 보시고 그림을 구매하시고자 나의 지인에게 부탁을 하신 것이다. 지인은 그 뜻을 전하며 이분의 인격을 조금 소개하였다. 선생님은 한문 공부방을 열기 위해 공부방 공간이 중심이 되는 집을 지어 무료로 가르침을 행하고 계신다 하였다. 여러 일화의 사례들에서 선생님은 일상의 일거일동 자체가 선인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신다는 느낌에 깊은 존경감이 우러났었다. 그림을 선생님께 드리기로 약속하기 전날 그림을 들고 지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차를 한잔 하며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지인은 예쁜 봉투 하나를 살포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림 값이라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을 내일 찾아뵙고 그림을 전달하기로 했는데 돈 봉투를 먼저 보내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화가가 직접 대면하면서 돈을 전달받을 때의 어색함을 고려하신 깊은 배려였다. 아~~! 나는 깊게 감동으로 휘둘렸다. 나의 지인도 그분의 뜻을 고스란히 전하려는 듯 수줍게 봉투를 내려놓았다. 선생님도 지인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높은 등급의 이상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독일 출신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의 돈의 소비사회학적 기초 논리는 눈여겨볼 만하다. 돈이 문화사적 측면과 문화철학적 측면에서 현대 문화의 형성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올바른 소비와 획득 그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제에 동의한다. 획득한 돈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소비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수단 방법과 상관없이 생산을 통한 끊임없는 재화의 획득 그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절대적인 수단인 돈이 절대적 목표가 되어버린 것, 돈의 축적을 삶의 목표로 지향하는 것 모두를 저지한다.
돈이 신처럼 군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의 위력은 커졌다. 화가에게 있어서 돈은 소비와 재생산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의 꽃이라는 별명까지 얻어낸 돈이 화가에게 있어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의미가 될 수는 없다. 화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는 현실적인 자본주의의 가치 척도로서의 돈의 의미는 거리를 두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고 쫓아가야 할 길이다. 이러한 화가의 길을 존중하며 아름다운 소비 미덕을 몸소 보여준 수줍은 돈 봉투 또한 시대를 초월하고 지향해야 할 우리들의 덕목이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선행(善行)이다.
변미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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