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종 먹은 공룡, 대구 유통 폭식?

이랜드, 올브랜마저 접수…키워놓으면 대기업이 인수 롯데와 지역유통계 경쟁

대구 유통시장이 롯데와 이랜드 간 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

롯데가 선점한 지역 시장에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인수해 거점을 확보한 뒤 아울렛 시장으로 두 업체 간 경쟁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수십 년간 지역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토종 기업들이 금융 위기와 외지 기업 등의 공격적인 진출로 사라지면서 최근 들어 대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외지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대구역사에 롯데백화점(달서구 상인점 포함) 대구점이 문을 연 이래 롯데는 2010년 대구 동구 율하동 롯데쇼핑프라자 오픈에 이어 대형복합유통매장인 롯데몰(이시아폴리스)을 개점했다. 롯데는 앞서 2005년 12월 롯데슈퍼 내당점을 필두로 기업형슈퍼마켓(SSM) 개점도 시작해 현재 1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해 롯데 유통 군단이 벌어들이는 돈만 1조원이 훌쩍 뛰어넘는 등 대구 유통업계는 롯데 천하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백화점은 물론 마트, SSM, 영화관을 아우르는 대군단을 거느리고 있다"며 "롯데 대구 상륙 10년 만에 유통 시장에서 롯데를 빼면 얘기가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랜드가 롯데에 도전장을 냈다.

2010년 향토 기업인 동아백화점을 인수해 동아본점, 수성점, 강북점, 마트 등 단숨에 5개 점포를 거느렸고 같은 해 이월드(옛 우방랜드)를 인수했다.

특히 26일엔 대구 아울렛 시장의 양대 산맥인 올브랜 경영권까지 넘겨받아 유통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강성민 본부장은 "토종 아울렛인 올브랜 운영으로 회사 핵심 거점지역 확대 및 유통사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브랜은 아울렛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롯데몰과 롯데아울렛 등과 상권이 겹치는 탓에 이랜드가 롯데 군단에 맞서 꺼내 든 요충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랜드가 올브랜과 M&A 방식이 아닌 장기임대형식으로 경영권을 가져온 것이 방증이라는 것.

이랜드는 장기임대형식으로는 매장을 넓히지 않는다는 것이 이랜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대구 유통시장이 롯데와 이랜드의 양분 체제로 굳어지면서 유통인들 사이에서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향토 기업인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대구 유통 시장을 장악했고 매장 면적당 매출이 전국 1, 2위를 다툴 정도로 토종 기업들이 잘나가던 한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다아울렛과 올브랜처럼 지역민들의 사랑을 업고 조금 키워놓으면 대기업들이 와서 인수합병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버렸다는 사실을 개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유통기업들의 몰락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 돼 버렸지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속속 외지 자본에 넘어가는 걸 보면 아쉽다"며 "지금 유통가에선 조금만 키워서 비싸게 팔자는 식의 생각이 팽배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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