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게 너무 인상적인 그곳] <2>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움집과 호화빌딩, 초원 사파리와 해안 절경…극과 극의 공존

아직 우리에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륙, 아프리카!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 이하 남아공)은 2010년 월드컵 개최로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친숙함이 더해진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남아공까지 홍콩이나 싱가포르, 방콕을 경유해 가야 할 만큼 먼 곳이지만 남아공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말하고 싶다. 남아공은 그들 스스로가 '무지개의 나라'라고 말하듯이 지구촌의 어떤 나라보다 다양한 색채를 가진 나라다.

공식 언어만 11개다. 백인, 흑인, 그리고 혼혈인을 의미하는 컬러드(colored)의 다양한 인종, 고층 빌딩의 현대적인 도시와 와일드 라이프(wildlife)가 공존한다. 유럽 문화와 전통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아프리카 흑인 부족의 원주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이에 더해 사막과 광활한 초원, 산과 눈부신 해변을 가진 천혜의 나라가 남아공이다. 지구촌의 어느 곳에서 이러한 다양성을 접할 수 있을까?

요하네스버그의 잔 스무츠(Jan Smuts)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중 허허벌판 초원에 만들어진 도로 좌우의 건조해 보이는 나무에서 아프리카 생명의 기운과 원시의 독특한 냄새가 느껴진다. 그러나 호텔이 가까워질수록 높은 빌딩과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주택들을 보게 되니 아프리카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요하네스버그는 1886년 금광이 발견된 후 골드러시로 인해 조그만 금광마을에서 오늘날의 현대적인 화려한 모습을 갖추게 된 남아공 제1의 도시다.

◆아프리카의 라스베이거스, 선시티(Sun City)

아프리카의 라스베이거스인 선시티는 아프리카 최고의 휴양도시로 요하네스버그 북서쪽에 있는데 버스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이 도시는 아프리카의 자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철저하게 인위적으로 조성된 도시다. 선시티는 지진으로 멸망해버렸다는 전설의 도시를 재현해 만든 도시로 그 중 팰리스호텔(palace of lost city)은 그 옛날 화려했던 이곳의 고대 궁전을 복원한다는 개념으로 지어졌다.

마이클 잭슨도 남아공에 오면 이 호텔에서 묵었다고 하는데 팰리스호텔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외관 및 내부의 구석구석에 있는 동물상과 아프리카풍의 장식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저녁 무렵 호텔 입구에 밝혀지는 횃불을 보면 마치 고대의 왕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곳으로 오면서 본 흑인들의 움집형태의 집단 거주지와는 극과 극이다.

 

◆사파리 투어(safari tour)

사파리는 스하힐리어로 여행을 의미한다. 사파리는 차를 타고 동물들을 찾아 이리 저리 다니는 것을 말하는데,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도 사파리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야생의 동물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가슴 떨리는 사파리! 이동하는 중 멀리서 한 무리의 동물들이 보이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끝없는 초원에서 질주하는 동물들의 생동감을 그 어떤 것과 비교하겠는가? 남아공 사파리의 최고 장소는 음푸말랑가주에 위치한 크루거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으로 요하네스버그에서 자동차로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한국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세계 최대의 야생동물 보고지이다. 크루거란 이름은 과거 네덜란드인이 만든 트란스발공화국의 대통령인 폴 크루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운이 좋게도 사파리에서 아프리카의 빅 5인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팔로 중 표범을 제외하고 모두 봤다.

개체 수가 많은 임팔라를 비롯해 많은 동물들을 보았는데 초원에 무리지어 여유를 부리는 얼룩말이 아름답게 보였다. 사파리는 생존을 위한 약육강식, 그리고 원시적 자연의 조화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아프리카에서만 가능한 남아공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사파리 투어 이후 영국계 백인이 운영하는 롯지(lodge)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쏟아지는 별빛 그리고 벌레들의 합창소리와 함께 아프리카의 전통춤을 보고 노래를 들은 것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케이프타운(Cape Town)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Mother City'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항구도시, 네덜란드의 흑인 식민지배가 시작된 도시, 아프리카에서 만날 수 있는 유럽풍의 도시가 케이프타운이다. 케이프타운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과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유럽풍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곳이다.

테이블 마운틴은 산 정상이 테이블같이 평평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360도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으며 케이프타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워터프런트(water front)도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장소인데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넬슨 만델라가 약 20년 동안 수감되었던 로빈섬으로 갈 수 있다. 항구 주변을 구경하다가 해안선을 따라 즐비해 있는 레스토랑에서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함께 남아공 와인을 마시면서 아프리카에서 유럽 정취를 마음껏 즐기며 여행의 달콤한 행복감에 빠질 수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아름다운 대서양 해안을 따라 60㎞를 가면,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희망봉에 이른다. 희망봉은 처음 발견될 때 거친 파도와 바람 때문에 '폭풍의 곶'이라 불렸으나, 1497년 바스코 다가마의 성공적인 인도항로 개척으로 포르투갈의 후앙 2세가 '희망의 곶'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희망봉 전망대에서 동쪽으로는 인도양, 서쪽으로는 대서양이다. 두 대양의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그 옛날 이 험난한 곳을 항해했던 선원들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남아공의 다양한 모습에 즐거움도 많았고 놀라기도 했지만 백인과 흑인의 너무 다른 생활을 보고 약간 씁쓸함을 느꼈다. 인종차별 국가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남아공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색깔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146년간 영국 지배 받다 독립 성공

※남아프리카공화국=아프리카 대륙 최남단부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인의 이주 이후 백인이 유입되었으며 1815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정책을 비판하는 영국 정부로부터 독립해 196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선언했다. 북쪽으로는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와 동쪽으로는 모잠비크, 스와질란드와 접해 있고 영토 내에 독립국 레소토가 있다.

글'사진 백정숙 구미1대학 호텔관광과 교수(AVA 승무원양성교육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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