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광둥성)에 위치한 인구 1천만 명의 둥관(東莞)시. 중국 내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중국 우시(無錫)와 같이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힘입어 자국 내에서 경제규모가 7위에 해당하는 신흥 공업도시다. 이 도시는 전자나 가구, 섬유 등이 유명하며 특히 삼성전자 등의 공장이 있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둥관시는 최근 10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쌓아온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문화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대구와 같이 뮤지컬 도시를 표방하며 뮤지컬 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외 광장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 공연을 펼치며 시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 뮤지컬 도시 꿈꾼다
둥관시는 6년 전에 옥란대극원을 지었다. 옥란대극원은 1천500석 규모의 대극장과 400석 규모의 소극장을 갖춘 공연장으로 중국의 10대 극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공연장은 국내 뮤지컬 제작진들도 부러워할 만큼 최첨단 무대 시설과 연습실 및 대기실을 갖춰 시설 면에서 세계적이다. 둥관시 문화국 줘한펴 차장은 "옥란대극원을 건립하면서 문화의 도시로 만들고자 어떤 콘셉트를 개발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둥관시가 신흥 공업도시라 경제적으로는 앞서 있지만 아직 도시 자체의 이미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를 높이기 위해 문화산업을 키우고자 한 것이다.
둥관시는 이를 위해 중국 내 다양한 공연과 축제를 조사했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뮤지컬이었다. 중국 각지에서는 서커스나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축제가 있는데 유일하게 뮤지컬축제가 없었다. 둥관시 문화국미술과 호하이량 과장은 "뮤지컬에 대해 수소문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과 뉴욕국제뮤지컬페스티벌(NIMF'님프)에 대해 알게 됐고 우리도 뮤지컬페스티벌을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페스티벌을 조사하고 배우면서 차근차근 뮤지컬과 어떻게 접목하는지 배워나갔고 미국의 군소도시에서 열리는 영화페스티벌을 통해 둥관이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페스티벌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둥관시뮤지컬페스티벌은 2005년 1회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3회 대회는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월 7일까지 둥관시 4개 공연장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는 DIMF 어워드를 본떠 시상식을 만드는 등 조금씩 변화를 줬다. 이 과정에서 딤프의 주요 콘텐츠를 제공받았고 둥관시뮤지컬페스티벌 개최 때 딤프 창작 작품을 초청하고 딤프는 같은 해 둥관시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한 작품 중 하나를 다음해 딤프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키로 하는 등 대구뮤지컬페스티벌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둥관시는 뮤지컬페스티벌 개최에만 안주하지 않고 자체 뮤지컬산업을 육성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뮤지컬페스티벌도 결국 뮤지컬산업을 키우기 위한 아트마켓 성격이 강하다. 둥관시에는 공연단체가 없다 보니 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공연단체를 육성한다는 것.
이와 별도로 둥관시는 지난해부터 공연창작파크 성격의 뮤지컬제작기지를 만들고 있다. 현재 한곳이 이미 완성돼 운영 중이고 앞으로 2, 3곳을 더 지어 뮤지컬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뮤지컬제작기지에는 프로덕션을 하는 인력이 20명 정도 상주하면서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도 뒤따른다. 호하이량 과장은 "시(市) 차원에서 뮤지컬 한 작품당 원화로 4억원을 지원하고 진(鎭'우리나라의 區와 비슷한 개념) 단위에서도 한 작품당 원화로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둥관시는 매년 두 작품 이상의 대형 뮤지컬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둥관시는 시 정부 차원의 엄청난 지원을 통해 단기간 내에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뮤지컬 도시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둥관시의 정책은 뮤지컬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뮤지컬 제작 기반은 취약한 대구로서는 부러우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도시 곳곳에 야외공연 활발
중국 둥관시 외곽에 자리한 '송산 레이크 스퀘어'. 송산 호수를 뒤로하고 만들어진 이 수변 광장은 3천 석 규모의 객석을 자랑하고 있다. 호수를 끼고 있어 경관 또한 수려해 마치 대구의 수성못을 연상시킨다. 이곳은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둥관시 문화부 음악가협회 성민꿔 부주석은 "공연이 없을 때는 광장 뒤편에 설치된 물분수를 스크린 삼아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레이저분수쇼도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둥관시는 현재 옥란대극원을 비롯해 대형 작품을 올릴 수 있는 큰 공연장이 4곳이 있고 소극장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둥관시에서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야외광장을 활용한 야외공연 활성화다. 둥관시에는 108곳의 야외광장들이 마련돼 있는데 시에서는 유휴시설과 같은 광장들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광장에는 365일 가요나 무용, 합창, 연극, 전통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줄을 잇는다. 한 해 공연되는 횟수만 1천 회가 넘는다고 한다. 성민꿔 부주석은 "둥관시는 공업도시라 공장을 다니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별다르게 갈 곳이 없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각 광장에서 무료 야외공연을 실시하고 있다"며 "각 공연 프로그램을 짜느라 기획하는 처지에서는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둥관시 시민들 또한 야외광장에서 공연을 자주 연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특히 주말이면 광장으로 모인다고 한다.
둥관시는 한 해 문화예산을 6천억원 정도 잡고 있는데 이런 야외공연에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다. 둥관시는 야외공연을 희망하는 각 단체에 시 차원에서 최소 200만원, 진(鎭) 차원에서 200만원 정도를 보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 가수들은 물론, 세계에서 각 나라 공연단체들이 몰리는 상황이다. 성민꿔 부주석은 "중국도 주5일제를 하면서 주말에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데 야외공연을 통해 그들의 문화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둥관시에서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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