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민속문화제전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솜씨를 뽐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지난달 20일 대구시 중구 달성동 대구 적십자사에 우즈베키스탄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수도인 타슈켄트시에 살고 있는 고려인 2세 최덕진 씨가 보낸 편지에는 사진 두 장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한국에서 보내준 한복을 입은 벚꽃 가무단(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고려인 2세 모임)이 민속제전에 초대받아 참가하게 돼 무척 기뻤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단체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강제이주된 약 17만여 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최근 한류 흐름을 타고 한국 드라마'가요'예능 프로그램 등이 고려인 사회에서도 큰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동포들이 즐겨 입는 것이 '한복'이지만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한복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구입이 어렵다.
고려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감사의 편지를 받게 된 계기는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석을 앞두고 대구 적십자사 수성지회 한명아 부회장이 모 언론 기고문을 우연히 접한 후 시작된 일이다. 주우즈베키스탄 전대완 한국대사가 "고려인 동포들이 명절과 문화제전 행사에 한복을 입고 싶어 하지만 구하기 어렵다.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한복을 좀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부회장은 지사 합동월례회의 때 동포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봉사원들에게 알리고 제안을 내 실천에 옮기기로 한 것. 수성지구협의회(회장 강민정) 회원들은 3개월 동안 한복 100여 벌과 가방과 꽃신, 두루마기 등 다양한 품목을 모았다.
모은 한복은 결혼식과 각종대회 단체복 등 저마다 사연이 깃든 옷이다. 지사 별관에 마련된 임시 수선실에서는 터진 솔기를 박는 손재봉틀 소리가 요란했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동정도 달았다. 한복을 받고 기뻐할 동포들을 생각하며 얼굴에는 함박웃음꽃이 가득했다고 봉사원들은 회상했다. 이렇게 모아진 한복은 세탁, 동정 달기, 다림질 등을 통해 새 옷으로 바뀌었다. 깨끗하게 손질된 한복은 '고려인 한복 보내기운동'을 하는 관훈클럽을 통해 외교통상부 재외동포과로 전달됐다.
행사를 총괄한 한 부회장은 "무거운 한복 박스를 옮기다 발가락을 다쳐 2개월간이나 병원 신세를 졌지만 진심을 담은 감사 편지를 받게 되어 그날의 아픈 기억은 말끔히 사라졌다"며 향후 몽골과 러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에게도 한복을 보내 고국의 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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