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성립은 소통(疏通)을 전제로 한다. 주목할 점은 어떤 사실이나 현안에 대한 소통을 위해서는 주체와 객체, 즉 자아와 타자에 대한 암묵적인 계약적 과정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소통을 위한 사회문화적이자 계약적 과정이란 주'객체 간의 '호감'(好感)으로부터 시작하여 '동감'(同感)과 '공감'(共感)으로 이행하는 과정적 절차의 필요이다.
이념과 현상 간의 괴리를 동반한 결과물로서 오늘날의 문화적 상황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현상을 낳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민주화된 사회적 상황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민주화는 사회적 구성원들 개개의 사상이나 이념을 용인하고, 또한 그 이념의 실천적 과정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복잡하면서도 다분화된 오늘날의 문화는 다문화적 현상을 속성으로 한 사회적 구조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그 속 구성원들 간의 대립적인 상황을 동시에 수반하였다. 따라서 이들 대립적인 문제로서 '불감'(不感)증의 해결을 위해서는 '소통의 문화'가 하나의 큰 과제로 자리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소통의 문화는 정치적인 이념의 차이뿐만 아니라 출생이나 학벌, 성, 세대, 지역, 빈부차이 등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에 의한 분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더욱 그 중요성을 부여받고 있다. 최근 이념을 달리하는 정치적 집단들 간의 충돌과 대립이나, 특별히 크나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학생들의 '따돌림' 현상과 그에 따른 부조리한 사회문화적 현상 등은 이러한 사실을 대변하는 좋은 본보기이다.
타자 혹은 타 집단과의 소통의 단절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볼 때 뉴턴적인 직선적인 의식만을 고수함으로써 일어난 결과물이다. 현금의 정치집단들 간의 다툼이나 사회적 이익단체들 간의 대립, 또는 각개 개인들 간의 충돌 모두는 이러한 현상에 의해 표면화 혹은 현상화 된 것들이다. 뉴튼적인 운동의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인용하자면 이러한 현상의 표면화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임에 충분하다. 그것은 상대방이 힘을 가한 만큼 반응의 강도 역시 동일하게 반영되어 결과는 악순환의 연속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통의 문화성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선적인 인식이나 소통구조만을 요구해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하겠다. 직선적인 소통구조는 개개 개체들의 사상이나 이념 및 생각 등 그 다양성을 반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만큼 나아가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해결한다는 것은 더욱 소원하기 때문이다. 요즘 '쇼셜 네트워크'라는 체계로서 'SNS'를 통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모두 이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 구조 속에는 단일화된 직선적 구조의 논리가 아닌 유기적인 다양하면서도 다변적인 구조의 논리가 숨어 있어 보다 다양하고 다변적인 개체적 견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소통의 출발은 타자에 대한 호감을 출발로 삼아야 한다. 호감이란 타자에 대한 환심으로 그것은 타자로 하여금 불쾌감이나 불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대립적 구조에 있는 당사자들 간의 동감 내지 동조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요소가 된다. 이때 비로소 그들 서로 간의 감정은 대립적이기보다는 동정과 동의의 구조를 낳게 되고, 또한 나아가서는 서로 간의 감정이나 견해, 의식이 조절된 공감의 세계에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견해를 고집하기보다는 조절하거나 조정된 견해를 반영할 수 있는 아량을 보일 수 있게 한다.
사실 소통의 문화에 있어 가장 유용한 매개체는 예술, 즉 예술작품이다. 타자들 간의 공감은 이익을 벗어난 정서적 매체를 접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소통문화'에 있어 기초적인 '공감의 요소'이다. 예술작품은 대화와 의사소통의 매개체로서 타자들 간의 생각을 교환하는 매체로 작용한다. 우선적으로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적 차원 이전의 '감성적 촉발'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성적 자극은 이성적인 자각으로 이어져 이전까지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던 '지적 기제'로서 선입견이나 관념, 혹은 편견이자 억견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만큼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을 원한다면 '예술을 사랑하라'고 제안하고자 한다. 그러면 소통에 역행하는 모든 배타적이며 악순환적인 대립적 구조는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진정한 중용'중화적인 소통의 문화가 성립될 것이다.
홍준화/미학.철학박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