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건희 회장 생가에선 부자되는 기운 받을 수 '있다? 없다?'

정치 기업 예술인 흔적, 관광상품으로 인기…대구경북 유명인 자산 풍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고택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가인 인교동 건물.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고택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생가인 인교동 건물.
대구 북성로 골목 내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지판만 있다.
대구 북성로 골목 내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지판만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전쟁 당시 태어난 대구의 육군 관사가 있었던 삼덕동 5-1, 2번지 일대. 지금은 동성로 시내 한복판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전쟁 당시 태어난 대구의 육군 관사가 있었던 삼덕동 5-1, 2번지 일대. 지금은 동성로 시내 한복판이다.

'여기가 천자(왕 또는 대통령)가 난 곳, 또는 부자(대재벌, 굴지의 사업가)의 기운이 가득한 곳.'

풍수지리,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사의 기운을 강하게 믿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유명인사들이 태어난 곳이나 자란 곳은 각별한 의미나 기운을 가진 곳으로 여겨진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태어난 곳은 구미의 명소가 된 지 오래며, 구미를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태어난 대구 팔공산 아래 작은 마을도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 예술가 등 유명인사 생가 스토리텔링이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지자체들이 생가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없는 것도 찾아내고, 잠시 머물거나 다녀간 흔적만으로도 관광 마케팅에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대구경북은 행복하다. 천자가 태어나거나 자란 곳이 여러 군데 있으며, 글로벌 기업 삼성의 기운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도 대구는 전쟁의 직접적 포화가 없었기 때문에 대구에 피란 와서 정착한 예술가들의 기록들도 오롯이 남아있다.

유명인사의 생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측면에서 대구경북은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는 자산을 갖고 있다. 지역의 소중한 자산인 유명인사 생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근혜 생가, 대구는 맞는데 어디?

고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는 구미 상모동이다. 그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생가는 어디일까? 어렴풋이 대구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저 '박근혜가 대구 출신이라는 사실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현재 박 위원장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만약 연말 대권을 거머쥔다면 박 위원장의 생가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대구 중구청을 비롯한 일부 스토리텔링 전문가들은 박 위원장이 태어난 곳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확한 사실부터 말하면 박 위원장이 태어난 곳은 동성로 한복판이다. 주소로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 5-1, 2번지 일대'. 지금은 이곳에 '몰디브 센터' 건물과 '시선집중'이라는 종합 액세서리숍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금융결제원 바로 옆 구 동인호텔 자리다. 완전한 상업시설로 현 시점에서 박 위원장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도 박 위원장이 태어난 장소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왜 이곳이 생가인지 스토리텔링이 된다. 박 위원장은 전쟁통에 태어났다. 당시 고 박정희 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육사를 나온 탓에) 육군 소령으로 다시 임관되어 군인이 됐다. 그 와중에 1950년 말 육영수 여사와 결혼하고, 1952년 2월 2일에 대구의 육군 관사가 있었던 지금의 삼덕동 5-1, 2번지 일대에서 딸을 낳은 것이다. 그 딸이 박 위원장이다.

대구 중구청 골목문화계 오성희 주무관은 "만약 박근혜 위원장에게 '용의 꿈'이 실현된다면 몰디브 센터 건물 반대편 쪽이나 인근 쪽에 땅을 사들여 생가를 복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생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

얼마나 돈이 많았으면 '돈병철'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고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의 고택이 대구 북성로 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정확한 주소는 '대구시 중구 인교동 164-8번지'.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사업을 일구면서 결혼, 대구로 분가해서 자리를 잡은 곳이 이곳이다. 이 집은 고 이 회장의 아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아쉽다. 외지에서도 고 이 회장의 고택이자 이건희 회장의 생가인 이곳으로 와서 문고리라도 만져 부자의 기운을 받으려 하는데, 정작 이곳에 가면 안내 표지판 외에는 특별히 구경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도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안에 들어가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대문 문고리만 만져보고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중구청 이영숙 골목투어 해설사는 "골목투어를 하면서 이곳이 고 이병철 회장이 살았던 곳이고,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이라고 하면 다들 관심이 많다. 뭐라도 하나 만져 보고 싶어하는데 문이 닫혀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은 삼성 계열의 호암재단이 사들여 관리하고 있다. 이 집을 관리하는 사람은 제일모직에서 26년간 일했고, 대구에서 살아온 이항연(66) 씨 부부다. 이들은 삼성이 이 집을 매입한 후인 1993년부터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관광객을 맞는 일은 이 부부의 업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운이 좋아야 이씨 부부의 도움으로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또 아쉬운 것은 이 집은 제법 넓은 편이지만, 고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의 사진 한 장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항연 씨는 "삼성에서 이곳을 성스러운 탄생지로 잘 관리하고자 한다면 이곳에 뭔가 상징이 될 만한 조각물이나 물건을 만들어 복원하면 좋을 것"이라며 "다소 귀찮더라도 앞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안내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유명인 생가 자산 적극 활용해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유명한 저항시를 남긴 시인 이상화의 고택은 중구 계산성당 뒤편에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곳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 이병철 회장의 고택이자 이건희의 생가인 인교동 인근에서 3분도 되지 않은 골목 제일 안쪽에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가 있다. 하지만 이곳도 현재 사는 주인이 문을 꼭 닫아두고 있으며, 그저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라는 표지판만 관광객들을 맞을 뿐이다. 생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하지만 또 사유재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집 주인에게 아쉬움을 토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변화가 많이 없는 곳이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다소 관리적인 측면은 나아졌지만 기와 본채와 사랑채, 초가 헛간 등이 전부다. 3년 전 김옥숙 여사가 생가를 둘러본 뒤 기와, 초가 등 지붕을 개'보수한 것이 전부다. 시민들의 발길도 뜸해 한적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집인 포항 덕실마을도 고향집이 복원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실제 일본 오사카 태생이지만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고향집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고향집이 두 곳으로 분리돼 있다. 이 대통령이 살았던 적이 없는 4촌 형수의 집, 덕성리 561번지가 사실상 고향집으로 홍보되고 있으며, 실제 살았던 곳인 덕성리 538번지에 살고 있는 한 부부도 이곳을 고향집이라고 알리고 있다.

대구문화유산 허동정 대표는 "대구경북에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많지만 대통령, 대기업가, 예술인 등 유명인사의 생가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많다. 이는 소중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타지역에서는 '리치로드' 등 부자의 기운을 받는 관광코스를 개발하는데 우리 지역은 있는 자산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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