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미실

미실/ 김별아 지음/ 해냄 펴냄

2012년 1월, 제1회 세계문학상 본디 원고를 되살리고 오류를 수정한 무삭제 개정판으로 '미실'이 다시 탄생했다. 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문단에서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흔치 않은 작품으로 출간 이후 3천400여 건 이상의 블로그 서평이 인터넷에 실렸고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소설 '미실'의 캐릭터를 참조했음직한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무삭제 개정판'은 초판 출간 때 분량 문제로 덜어냈던 원고지 150장 분량의 원고와 120여 개의 각주를 되살린 정본 '미실'이다. 정본에는 모계로 이어지는 '색공지신'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의 운명, 그리고 진골 정통과의 경쟁구도가 초판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또한 미실의 남편인 세종전군의 쓸쓸한 죽음과 아들 보종에 의해 '미실궁주사기'로 정리된 사상가'정치가로서의 미실의 면모가 구체적으로 묘사되면서 '미실'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미실의 자녀들'을 정리한 표와 '화랑세기'에 등장한 '풍월주 계보도'를 추가했으며 몇몇 오기와 오류도 바로잡아 미실 마니아들에게는 또다시 책을 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세계문학상 심사평에서 "거침없는 소설 문법, 정려한 문체, 도발적 캐릭터"(소설가 박범신), "안정적이고 우아한 문체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한 주인공"(소설가 김연수)이라는 평을 받은 작가 김별아 씨는 화려한 문체 속에 고어와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다. 한 페이지에 똑같은 단어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만큼 공력을 들여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고 낯설지만 생동감 넘치는 어휘들을 곳곳에 심었다. 초판보다 많은 각주로 오히려 읽기 힘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숨겨진 우리말을 현재형으로 삼고자 하는 작가의 확고한 의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503쪽, 1만4천800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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