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밑지고도 현금배당? 괜찮을까

일부 상장사 '무리한 결정' 비판…"최고 실적 기업도 규모 줄이는데

"고맙긴 한데… 남는 장사 했는가?"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주주들의 지갑을 채울 배당액이 결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적자를 낸 일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금액으로 책정하는 곳도 있다. 주주들에겐 고맙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인기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금고를 연다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자 전환한 포스코강판이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포스코강판은 지난달 31일 공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221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9천56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247억원이었다. 적자 전환에도 포스코강판은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총액은 12억9천400만원으로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최대주주를 포함하지 않은 차등배당이다.

이익은 조금 봤는데 투자자들에게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나눠주는 곳도 있다. 동국제강은 적자를 내진 않았지만 배당금총액이 순이익보다 약 4배 정도 많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109억5천200만원이었지만 보통주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총액이 454억원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60%인 KT&G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배당금을 대폭 늘렸다. 4천24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KT&G는 지난해 매출액 3조7천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1천206억원으로 1.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7% 감소한 8천169억원이었다.

물론 향후 순이익이 크게 기대된다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는 건 당연하다. 또 적자를 냈어도 유보금을 쌓아놨기 때문에 적자기업이 현금배당을 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주주들은 배당금이 넉넉한 기업을 좋아하고 자연스레 그 기업의 주식을 사려고 노력할 테니 주가도 오른다.

그러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업들조차 어려운 경제 상황을 대비해 배당 규모를 줄이고 있다. 상반된 사례로 지난해 연간 실적은 물론 4분기 실적에서도 최고조에 올랐던 삼성전자는 보통주 1주당 5천원, 우선주 1주당 5천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가진 놈이 더 안 준다'는 이야기도 나올 법도 하지만 대규모 흑자 기업도 금고를 쉬이 열진 않는다는 사례 중 하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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